국가 유공자를 위한 서울 둔촌동의 보훈병원에는 전쟁의 상처로 또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사고를 당한 환자들로 항상 붐빈다. 병원 분위기는 항상 무겁기 마련이고 웃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보훈병원이지만 언제나 기쁨을 주고 마음의 위안을 안겨다 주는 몇 사람에 의해 때론 평화가 깃들기도 한다.
「보훈병원의 선교사 최영식씨」. 6ㆍ25가 끝난 지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쟁의 고통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최영식(요한금구ㆍ70ㆍ서울 역촌동본당)씨를 두고 주위에선 보훈병원을 위해 파견된 선교사로、또 보훈병원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평화의 사절로 부른다.
말하고 듣고 보는 것만이 자유로울 뿐 목 부위 이하가 마비상태인 최영식씨는 그나마『말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라며 매일 매일 입원 환자를 찾아 나선다.『한때는 절망도 하고 원망도 했지만 생명을 주신 그분께 감사하기로 했지요. 신앙을 갖겠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가족까지 함께 영세할 때 더 이상의 기쁨은 없어요』
15년 전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보훈병원에 입원한 뒤 최영식씨를 통해 영세를 하게 된 이는 줄잡아 30여명. 냉담자 회두까지 합치면1백50명이 훨씬 넘는다. 같은 환자의 입장에서 살아가는 얘기로 대화의 문을 열기도 하고 누군가가 선종하면 영안실을 찾아가 연도를 바침으로써 신앙을 전하는 최영식씨는 아예 4년 전부터「자비의 모후 Pr」을 만들어 본격적인 선교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환자들이기 때문에 단장과 서기는 둔촌동본당 신자들이 맡고 있는 레지오 팀에는 10여명의 단원들이 함께 활동하며 환자 방문과 연도、선행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사랑을 베풀고 있다.
『처음부터 신앙이 뭔지 설명하고 천주교를 믿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6ㆍ25 전쟁 때의 전투를 화제로 먼저 친근감을 갖도록 하고 친해지면 신앙에 대해 얘기를 해서 영세까지 하도록 돕지요』. 최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앙인의 참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51년 강원도 철원 부근의 금성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중령으로 예편한 최씨는 줄곧 보훈병원의 신세를 지며 대소변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역시 유일한 분신인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하나로 병실을 다니며 전교에 열을 쏟고 있다.
서울 수유동 본당 최서식 신부의 형이자 성가소비녀회 최옥란 수녀의 오빠이기도 한 그는『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하느님 품으로 인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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