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2백주년과 103위 시성식은 순교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결산하고 신자들의 의식 속에 증거자로서의 삶을 다짐토록 동기를 부여했다는 의미와 함께 교회 성장의 분수령을 넘는 일대 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교회 성장의 외형적인 면으로 비춰질 수 있는 교구 조직과 행정면에서는 물론 민족 복음화를 향한 다양한 사목 활동은 103위 시성식을 계기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거듭, 시성식 이후 10년 동안에 한국 교회 2백년 역사와 버금가는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었다.
가톨릭신문사는 한국 천주교 2백10주년과 103위 성인 탄생 10주년을 기념, 5월 한 달간을 교구 행정과 조직, 2백주년 이후 정신운동, 103위 성인 현양사업과 제2의 시복시성운동, 사회복지활동 등에 걸쳐 분야별 진단과 함께 변화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신자들과 성직자, 신학생 수가 말해주듯이 3백20만이 넘는 거대교회를 효율적으로 사목하기 위한 교회 차원의 노력은 교회의 최상급 기관인 주교회의에서부터 그 변화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백주년 사목 의안에서 사목 행정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주교회의는 85년도에 주교회의 선교위원회 신설을 시작으로 과거 9개에 불과했던 전국위원회가 불과 10년 만에 16개 위원회로 확대 발족될 수 있었다.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선교 전략의 필요성과 사회 발전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전국위원회는 이후 가정사목위원회, 교육위원회 교회법위원회 문화위원회 북한선교위원회 선교위원회 천주교 용어위원회가 추가로 신설되면서 가정문제와 신자 재교육 문제 등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별히 2백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교회의 산하에「북한선교분과」로 설치됐던 북한선교위원회가 85년 가을, 정식 전국위원회로 발전됨에 따라 북한과 동북방지역 선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와 주교회의 산하 전국기구 및 단체가 상호 협력 속에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국 각 교구 총대리 회의와 사목국장 회의, 관리국장 회의, 성소국장 회의 등 각 국장 회의의 상설은 교구간의 협조와 정보 교환, 사목 교류에 많은 도움을 준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각 국장 회의는 또 그동안 출판 일변도에 머물러 있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기능을 주교회의 운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교구간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계제도 역시 89년에 군종교구가 설립되면서 14개 교구에서 15개 교구로 늘었다.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불리워오면서도 군인들에 대한 특별한 사목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차에 군종교구의 설립은 병영의 복음화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교구와 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위 성직자도 김옥균 주교와 강우일 주교를 비롯, 정명조 주교, 이병호 주교, 박석희 주교, 김지석 주교, 최창무 주교, 서정덕 주교가 새로 성성, 현재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18명이 한국 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각 교구 행정 조직도 2백주년을 계기로 사무처와 사목국 홍보국 정도로 단순화됐던 것이 관리국 교육국 성소국으로 확대됐는가 하면 최근에는 평신도사목국, 선교사목국으로 세분화돼가고 있다.
각 교구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해양사목부나 직장사목 전담부서 등도 신설돼 일상적인 교구 조직에서 소외되는 신자들이 없도록 각 교구에서는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분야별 주교 대리제를 두어 교구사목과 효율적인 교구 업무 추진을 꾀하는 등 교구 사목 행정의 전문화를 위해 대폭적인 교구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서울대교구의 이 같은 변화는 비대해진 행정 조직을 일신, 변화하는 사회 및 교회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교회사목 행정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침체된 사목 행정과 유관 분야별 협조 체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2백주년 행사 이후 교회 내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각 사도직 단체의 설립과 활성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도직 단체가 태동하게 됐다.
사도직 단체는 음악인협회나 미술가협회 등 문화 관련 단체를 비롯 농아선교회 맹인선교회 등 장애인 단체, 미용인협회와 각 직장별 직장신우회 등 직능 단체가 급속하게 설립되는 시기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사도직 단체의 증가와 함께 교회 내 다양한 연구소의 설립은 교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학문적으로 사목 활동을 뒷받침한다는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대표적인 연구소로 91년 말에 설립된 생명문화연구소는 생명경시풍조가 날로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와 학계, 언론계 인시들이 모여 사회의 반 생명적 작태를 고발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키 위해 설립돼 수차례에 걸친 생명강좌와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는 이런 점에서 이 사회의 인간화와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나침반의 구실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국 교회 2백주년과 103위 시성식 이후 교회의 또다른 변하는 국제 교회에서의 한국 교회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평협에서 92년도에 주관한 동아시아 평신도회의와 같은 해 한국 꾸르실료협의회가 주관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꾸르실료회의는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 교회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회의 행정적인 외적 변화와 더불어 교회 내에는 2천년대 복음화 사무국과 세계 복음화 2쳔년 한국본부, 서울대교구 사목상담연구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교회 조직의 설립도 눈에 띄는 변화로 주목될 만하다.
2천년대 복음화 사무국은 서울대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의 92년도 사목교서를 시작으로 불 붙기 시작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소공동체운동을 효과적으로 연구,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갈수록 비대해져가고 있는 교회를 소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교회의 조직과 행정제도가 늘어나는 신자를 관리적 측면으로만 확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 또한 간과해서 안 될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의 효율만을 강조하다 보면 정작 교회 성장과 발전에 방대한 교회 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교회 관계자들의 지적이 있고 보면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행정 조직 체계에 보다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가 교회 조직과 행정이 크게 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냉담자 증가와 예비자 입교, 신자 재교육문제 등에는 상대적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회 관계자들은 가칭「교회 성장 연구소」와 같은 전 교구 차원의 연구 기관을 설립 각 교구의 행정 조직을 총 망라해 연구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도 구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이 같은 연구소가 각 교단마다 설립돼 교회 전반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서 교회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교회 행정과 조직이 크게 변화됐음에도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이 급속도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와 노인문제, 가정문제, 농촌문제 교구간의 교류문제, 북한 붕괴에 대비한 통일문제 등에는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특히 남북통일이 의외로 빨리 닥쳐올 수도 있다는 통일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할 것이 아니라 통일 이후의 북한 선교 문제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북한선교위원회 조직의 학대 개편과 같은 대응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시성 10주년을 맞는 금년을 계기로 과거 행정 조직이 관리적인 면에 크게 치우쳤던 교회 변화에서 내실을 다지고 신자들이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교구 행정과 조직이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별기획 - 2백주년과 103위 시성 그후 10년을 진단한다] 2. 교회 행정과 조직
관리보다 내실 다지는 변화 요구
교회 성장 사회 발전과 맞물려
효율성만 강조 행정 만능 우려
발행일1994-05-08 [제1904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