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경동제약(회장 류덕희 모세) 건물 지하 1층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김기홍(55)씨는 지난해 11월말 ㈜경동제약으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2018년 한 해 동안 임대료와 관리비를 동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식당 운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월세를 동결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집사람까지 식당에 나와 일하는데 만약 임대료를 올렸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평소에도 류덕희 회장님은 아버님같이 인자하신 마음으로 식당 운영이 잘 되는 지 살펴주셨다”면서 “천주교에서 평신도 희년을 맞아 우리와 같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 일을 해 주니 고맙다”고 덧붙였다.
전·월세 올리지 않기에 동참한 류 회장은 “권길중 전 한국평협 회장으로부터 희년 사업으로 제안을 받았는데, 희년의 의미를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돼 기꺼이 동참하게 됐다”면서 “임차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이하 한국평협)는 ‘한국 평신도 희년’을 맞아 실천운동으로 전·월세 올리지 않기를 실천하고 있다.
평신도 희년은 올해 한국평협 설립 50주년을 맞아 선포됐으며, 평신도주일인 11월 11일까지 이어진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레째 되는 안식일에는 쉬어야 했다.(탈출기 23,12 참조) 마찬가지로 7년째 되는 해는 안식년으로 지냈다. 안식년에는 이웃이나 동족에게 돈을 꾸어준 사람을 빚을 갚으라고 독촉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빚을 탕감해 주어야 했다.(신명기 15,1-2 참조)
희년은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낸 후 맞는 50년째 되는 해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는 안식년 규정의 의미가 더욱 크게 확장됐다.(레위기 25,8-55 참조) 따라서 희년이 되면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풀어주는 등 기쁨과 해방의 해로 지냈다.
기쁨과 해방의 해인 희년의 의미를 살리는 뜻에서 실천하는 ‘전·월세 올리지 않기’는 많은 기업인과 기관의 호응을 받고 있다.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삭도공업(회장 이기선 비오)도 남산 케이블카 사옥에 있는 점포 두 곳의 임대료를 동결했다. 서울대교구 관리국도 올해 명동 가톨릭회관의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평협 손병선 회장은 “전·월세 동결은 희년의 의미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실천운동”이라면서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알리는 희년의 의미를 살리는 이 운동에 더 많은 신자 기업인들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