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장의사 안연봉씨 (바오로ㆍ57)
「코리안 드림」을 못 이루고 국내에서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시신을 수습, 자국으로 송출하는「보이지 않는 민간 외교관」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서러워하는 것은 사망한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
여느 죽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돈을 벌기 위해 불법도 감수하고 타국살이를 해야만 했다는 점에서 서러움의 무게를 더한다.
외국인들의 시신은 거의 대부분 서울역 앞에 위치한 국제 장의사 안연봉씨의 손에서 수습된다.
국제 장의사는 미국 대사관과 협의를 맺어 지난 78년도부터 국내에서 사망한 미국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생긴 직업.
이에 따라 기타 다른 나라들도 국제 장의사에 자국인들의 시신 수습을 의뢰하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서울 시경 외사과에 근무했던 경찰 출신 안씨가 국제 장의사가 된 것은 지난 82년부터다. 안씨가 이제까지 수습한 외국인 시신은 대략 60구 정도.
『89년부터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그 이전엔 주로 미국 유럽 남미 사람들이었죠. 동남아인들은 대부분 불법취업자들인데 92년부터는 자연사보다 사고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국인 시신을 자국으로 송출하는 일은 까다롭다.
우선 전염병 예방을 위해 완벽한 방부 처리가 요구된다. 방부 처리에 자칫 소홀하면 자국 내 공항의 검역에 걸려 공항에서 시신이 방치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한 서류를 갖추어 죽은 이의 자국 외무부나 유가족이 시신을 받는다고 회신이 와야 송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족이 거부하면 시신 송구도 헛되고 만다.
우리나라와 대사급 수교를 맺은 나라와는 그래도 협의가 수월하지만 네팔과 같은 주한 대사관이 없는 나라 출신의 시신은 보상 면에서도 홀대를 받기 일쑤라고 안씨는 말한다.
이런 경우 안씨는 주한 네팔 대사관이 되어 시신 송출의 역할을 전담한다.
『관에서도 국력의 차이를 느낍니다. 미국 유럽인들은 비싸고 좋은 알루미늄관을 쓰지만 동남아인들은 값싼 관에 시신을 담아 송출합니다. 그러나 시신 만큼은 깨끗하게 수습합니다. 이역만리 돈을 벌러 떠난 자식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의 유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 정성을 다합니다』
미국 유럽인들의 경우 대부분 정장으로 수의를 삼지만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의 시신은 주로 잠옷을 깨끗하게 입히거나 하얀 옥양목으로 수의를 대신하고 얼굴에는 예쁘게 분도 바른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옷은 거의 다 남루하기 때문에 입고 있던 옷들은 별도로 보낸다고 한다.
장의사라고 냉소적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많지만 나름으로 민간 외교인으로서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안연봉씨는『한 구의 시신을 보내는 일은 국가 대 국가의 차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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