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나 무기수들을 만나 정을 나누다 보면 돌처럼 차가왔던 그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죄를 짓게 된 것은 사랑을 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랑이라곤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재소자들에게 다가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전하는 장우강(49ㆍ카타리나ㆍ서울 당산동본당)씨를 두고 주위에선 재소자들을 위해 봉헌된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한다.
명동성당에서 우연히 만나 출소자에게 교통비를 준 것이 계기가 돼 서울 구치소와 영등포 구치소를 비롯 전국 각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와 무기수을 찾아나선 것이 올해로 12년째.
단 한 번의 외도(?)없이 수천 명의 재소자들에게 빛의 씨앗을 심어온 장우강씨는 한 달 평균 10일 이상을 재소자를 찾아 전국 각지를 다닌다. 인연을 맺은 재소자들이 한 교도소에 머물지 않고 각지로 이송되기 때문에 그만큼 장씨가 다녀야 할 교도소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재소자들을 찾아갈 때는 항상 교도소에서 먹어볼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갑니다. 고르께도 만들어 가고 여름엔 과일도 사 가기도 하고요』
군에 간 자식을 모처럼 찾아가며 온갖 음식을 다 준비해 가는 엄마의 마음으로 매번 무거운 음식 보따리를 들고 교도소를 찾아나선다는 장우강씨.
주로 최남순 수녀와 함께 사형수와 무기수를 많이 만나고 있는 장우강씨는『사형수나 무기수는 대부분 오랜 수감생활로 가족이 없거나 결손가정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자주 찾는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을 볼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우강씨가 사형수 1인당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대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장씨는 그 순간을 위해 멀리 지방까지 가서 하루밤을 묵고 와야 할 때도 많다.
『재소자를 얼마간 못 만날 때는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저를 기다리는 재소자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어디라도 찾아가 그들을 하느님의 품으로 이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장우강씨가 이처럼 재소자들을 위한 교도사목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난해 말로 서울 영등포 교도소장에서 대전 교정청장으로 승진한 박상정 청장(사도요한)의 남다른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장우강씨는 재소자들의 고충과 교도소 내의 제반문제를 재소자들을 통해 정확히 파악, 박상정 청장에게 알려줌으로써 박 청장은 이를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 행정에 반영하고 있다.
온 가족이 새벽미사에 참석하는 등 신앙생활에 남다른 모범을 보이고 있는 장우강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역장을 맡기도 했으나 요즘은 재소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쏟기 위해 재소자 교회활동에만 열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우강씨는 신앙을 받아들이고 새 사람으로 변화된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사형시켰을 때 가장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며『비록 사형수라고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를 깊이 뉘우치고 통회하는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것은 또다른 살인이 아닐 수 없다』며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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