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고 하늘의 푸르름을 볼 때마다『주님 감사합니다. 다시금 저에게 기회를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 정말 주님의 마음에 꼭 드는 소피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고 기도를 바칩니다.
제가 이런 기도를 바치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저의 생활은 원망과 절망의 삶이었고 무의미함과 허무함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이 저를 이토록 변화시켰을까요. 정말로 저를 변화시킨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을 정도로 커다란 바다와 같은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전 74년 1월 강원도 철원 휴전선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께선 군인이셨고 제 위에 2살 위인 언니가 있습니다. 전 75년 2살 때 언니와 함께「소피아」라는 이름으로 유아 세례를 받았고 엄마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저희 가정은 누가 보아도 행복한 가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주 추운 겨울날 저의 엄청나게 커다란 화상 사고로 인해 저희 가정의 행복은 날아갔으며 부모님께선 그런 어리디 어린 저를 안으시고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니셨으나 돈이 없다는 이유와 소생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셔야 했다고 합니다. 그때 부모님들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겨우 입원한 병원에선 기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살아나기 어렵다며 최선을 다했으니 이젠 하느님께 맡기자고 하셨고 엄마는 계속 주님을 부르짖으며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엄마의 기도 덕분인지 하느님의 사랑이 컸는지 저는 살아났고 아직도 화상 흉터는 많이 남아 있으나 전 건강하게 자라났습니다.
전 그 당시 너무나도 어린 갓난 아이였기에 그대의 아픔 따윈 조금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지독한 병원 알콜 냄새와 무거운 기브스, 커다란 주사 바늘만이 생생하게 제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저에겐 아빠께서 제가 사고를 당한 후 3년간 생일 때마다 써주신 3통의 편지가 있습니다. 그 편지를 읽어본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 편지를 읽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 편지 속에는 부모로써의 자책감, 잦은 저의 수술로 제가 깨어나지 못할까 하시는 걱정과 조그만 저의 몸에 감긴 붕대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기브스를 보시는 안타까움 등이 적혀 있습니다.
전 저에 대한 불쌍함이 아니라 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 놀라셨을 부모님. 수술실로 들어갈 때마다 제가 살아나올 수 있을까 하는 가슴 졸임을 수없이 당하셔야 했을 부모님이 불쌍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그 후 부모님의 가슴이 덜 아프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살아있음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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