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도시피정 참가자들이 피정 중 묵상한 내용을 담은 기도문을 쓰고 있다.
“내가 얼마나 나의 성공만을 위한 교만한 삶을 살아왔는지 성찰하는 시간이었어요. 침묵 중에 묵상하며 더 많이 벌고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서려 아웅다웅 애를 쓰는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죠. 올까말까 고민했는데,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2월 26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도시피정 ‘마음 - 쉼’에 참가한 오은주(미카엘라·35·서울 대림동본당)씨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명동대성당 인근 증권회사에 다니는 오씨는 “최근 과장 진급 심사에서 탈락해 마음고생이 좀 심했다”면서 “광야에서 재물과 명예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신 그리스도를 묵상하며 더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려했던 나의 삶을 반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교좌 명동본당(주임 고찬근 신부)은 이날 ‘유혹, 도시라는 광야’를 주제로 피정을 마련했다.
도시피정에 참가한 이들은 사순 시기를 맞아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악마에게 받았던 세 가지 유혹, 즉 ▲재물에 대한 유혹 ▲하느님과 거래하려는 인간의 교만 ▲명예에 대한 욕심에 대해 침묵하며 묵상했다. 피정을 주관한 주교좌 명동본당 문화예술분과(분과장 김대식)는 그레고리안 성가 관련 성화를 준비해 묵상을 도왔다.
명동본당 주임 고찬근 신부는 피정 시작 전 인사말에서 “사순 시기가 시작됐지만 설과 올림픽 등으로 사순 시기가 묻혔다”라면서 “기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기 위해 사순다운 사순을 보내도록 돕기 위해 이번 피정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침묵하기 위해선 일상에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고 신부는 “침묵 중에 우리를 없애고 나면 하느님을 만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서 “사순 시기, 깊이 있는 침묵 속에서 잘 보내고, 욕망 속에 파묻히지 않는 나를 찾는 모습으로 주님 부활을 맞으시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명동본당 도시피정은 일상 속 지친 마음을 성찰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피정은 신자와 일반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명동본당은 2월 피정을 시작으로 격월로 도시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