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0주년 맞아 학술 심포지엄 개최
비극의 역사, ‘순교적 가치’로 승화되다
신앙의 눈으로 역사적 진실 성찰하고 그리스도인 역할 모색
강우일 주교 “참혹한 사건들, 신앙인 껴안아야 할 교회 역사”
희생자는 “생명 가치 빛내는 순교적 여정 걸어간 존재”로 간주
‘그리스도인,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위원장 문창우 주교)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함께 2월 2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학술 심포지엄은 다시금 그리스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제주 4·3 사건(이하 4·3) 70주년을 맞아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현대사에서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행사는 70년 전 일어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4·3을 신앙의 눈으로 성찰함으로써 하느님께서 함께하신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4·3의 통합적 의미를 찾아서’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성경을 관통하는 고난의 역사가 인간 안에 하느님의 존엄과 위엄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보여줌으로써 4·3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강 주교는 “4·3은 조선 왕조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냉전시대에까지 흐르는 고귀한 역사 물줄기의 연장”이라고 민족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4·3은 인간의 존엄한 인격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수많은 희생자들의 순교적 행렬의 연장”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4·3은 성경 전승에 드러난 인간 구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게 된다. 따라서 4·3 희생자들은 비록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고귀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빛내는 순교적 여정을 걸어간 존재로 승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4·3이라는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 그리고 이로 인한 고통은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껴안아야 하는 교회의 역사가 된다.
이렇듯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교회 역사가 됨으로써 4·3은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와 7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강 주교가 “4·3에 대한 사회적 책임 규명을 하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 민족의 삶의 궤적 속에 숨겨진 더 깊은 내면적 가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단계로 진입하자”고 한 제안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비록 ‘가톨릭’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시며 우리 민족의 내면에 인간 존엄, 자유, 평등 등 복음적 가치를 심으신 주님의 존재를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4·3이 우리 역사에 남긴 비극적 유산을 평화, 인권, 화해, 상생의 모습으로 극복해나갈 때 ‘제주 모델’(Jeju Model)을 ‘세계 보편 모델’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이뤄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