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왜 단식을 해 왔을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이 책은 구약 시대부터 예수님 시대를 거쳐 교부 시대에 이르기까지 단식의 역사에 대해서 담았다. 특히, 단식을 단순히 종교적인 측면에서 다루지 않고 단식이라는 행위가 생겨나고 발전하게 된 배경을 철학적, 의학적, 영성적인 관점에서 다뤄 흥미롭다.
또한 사순시기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단식인 만큼 「4천 년의 기도, 단식」을 통해 왜 우리는 이를 행해야 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다.
더불어 늘 자연스럽게 단식을 대해왔던 것과 달리 그 유래를 꼼꼼히 짚어가다 보면 교회의 역사는 물론 그 안에 숨겨진 핵심적인 의미도 파악할 수 있다.
책에서 단식은 병의 치료나 건강을 위한 보편적인 관점에서 시작해 철학과 영적인 측면, 성경과 신학적인 측면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한다. 이로써 단식은 보편적으로 이뤄져왔으나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집트나 시리아, 로마에서는 이를 종교적인 의식으로 여겼으나 그리스도교는 단식에 ‘사랑’이라는 가치를 덧붙였다. 이로써 단식은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하느님과 만나고, 그 기쁨을 이웃에게 나누는 특별한 행위가 된다. 독자들은 이 과정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문화 안에서 단식이 어떻게 자리잡아 가는지 알 수 있다.
「4천 년의 기도, 단식」은 제1장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의 시작-단식의 기원과 의미’, 제2장 ‘구원을 부르짖는 자들-구약 시대의 단식’, 제3장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자들-신약 시대의 단식’, 제4장 ‘그분의 뜻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2세기 교회의 단식’, 제5장 ‘하나 되어 그리스도를 섬기다-3세기 교회의 단식’ 등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구약시대의 단식은 죄를 회개하거나 하느님의 도움을 간절히 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으며,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미가 변화했다. 이외에도 연대적인 순서로 단식의 배경과 의미를 서술하고 있어 교회의 역사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인 아델레 스카르네라(Adele Scarnera)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실천이 빠지고, 온갖 악습을 멀리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단식은 참된 의미의 단식이 아니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절제와 중용의 덕은 육체를 통제하고 특히 그리스도께 순명할 때 생긴다. 그리스도를 향한 순명은 모든 활동의 원천이고, 개인이 선택하는 모든 선택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저자의 말처럼,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중용과 절제를 바탕으로 4000년 전부터 내려오던 의미를 잘 간직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단식이 단순한 행위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살피고, 그에 담긴 사랑과 믿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만군의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넷째 달의 단식과 다섯째 달의 단식, 일곱째 달의 단식과 열째 달의 단식은, 유다 집안에 기쁨과 즐거움의 때가 되고 흥겨운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진실과 평화를 사랑하여라.”(즈카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