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을 지나 조금만 왼쪽으로 걸어가면 로마제국의 시초인 포로로마노가 위치해 있다. 이것은 로마 광장이라는 뜻이라는데 입장료가 무려 1만 리라나 되었다. 여행자로서는 큰 타격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곳을 구경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들이 유물의 손상에 대해 전혀 복구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길이 보존해야 한다며 헐기 무섭게 고쳤을 것들을 그들은 손도 안 대고 있는 것이다.
쓰러지면 쓰러지는 대로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흥망성쇄의 로마 역사를 보려고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유명한 것은 큰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서인지 나는 유럽여행 내내 목적지를 단번에 찾아내는 데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말았다. 이태리에와서도 스페인 계단을 찾는 데 역시 실패를 하고 말았다.
너무 작은 계단이 나타나길래 설마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는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처럼 볼품없는 계단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기로서니 그렇게 유명해지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가까운 트레비 분수를 찾아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는데 아주 멋지고 큰 분수가 보이길래 흥 누가 속을 줄 알고 하며 지나쳤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안 나타나길래 그 분수로 되돌아와서 경찰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앞에다 두고 왜 묻냐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돌아서서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 던지면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진다는 전설이 있다.
나는 애인도 없고 결혼도 안했으니 결국 한 가지밖에 소원이 없었던 것이다.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는 기분 또한 새로왔다. 나는 언젠가 로마에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다.
바티칸은 로마 시내 한 모퉁이를 차지하는 인구 1천 명 미만의 엄연한 독립국이다. 또한 교황청이 이곳에 있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세계 최고의 성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교황님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는 제대도 있고 성 베드로가 거꾸로 사형 당한 장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동상이 있다. 성 프란치스코의 오른쪽 발등은 사람들이 하도 만져봐서 그 형체가 사라진 상태이다.
한쪽에서는 관광객의 와글댐에도 불구하고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세계의 언어로 고해성사를 주는 곳도 있었는데「한국어」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운했다. 교황님은 우리나라도 방문했었는데 왜 한국어 고해소는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것일까.
매주 수요일이면 성당 옆의 건물에서 교황 성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는데 내가 갔던 날이 운 좋게도 수요일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빽빽이 찬 사람들의 머리만 보였다.
그 와중에서도 사람들의 틈 사이로 하얀 의복을 입고 계신 교황님을 먼 발치서나마 볼 수 있었다.
<계속>
[구미리내의 세계 배낭여행기] 15 유럽, 그 웅대한 역사를 따라 - 로마 바티칸
군중 속 먼 발치서 교황님 알현
우리말 사용 고해소 없어 실망
발행일1994-06-19 [제1910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