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성모님」「사랑을 잇는 한 토막의 끈」「사후의 신체조차 남을 위해 봉헌한 참사랑의 실천자」. 서울 성동구 중곡동본당의 김선자(모니까ㆍ74) 할머니를 두고 주위에선 이렇게 부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김 할머니의 삶을 제대로 담기에는 적절치 않다.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나 6ㆍ25사변 중 남편과 단둘이 월남, 뼈저린 외로움 속에서 살다가 남편마저 사망하자 청상의 과부가 된 김선자 할머니는 이때부터 줄곧「자신 속에 남을 채워 사는 빛의 삶」으로 일관해왔다.
동사무소에서 매월 주는 5만 원과 쌀 10kg 보리쌀 2ㆍ5kg으로 단칸 셋방에 살면서도 군종후원회와 북한선교후원회, 작은예수회 등에 후원회비를 매월 보내주고 있을 만큼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푼의 돈도 사용할 수 없다는 김 할머니.
『5만 원을 여러 곳에 후원회비로 보내고 나면 몇천 원 정도 남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하느님은 항상 없는 것을 걱정하지 않도록 채워주시는 분이기에 아무런 걱정없이 살아요』.
유일한 반찬인 간장을 놓고 식사할 정도로 자신에게 철저히 인색하지만 김 할머니는 중곡동본당을 비롯한 이웃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로 인정을 받는다.
『어딜 도와줘야겠다는 곳이 생기면 지향을 두고 9일기도를 시작합니다. 한 번도 저의 기도를 거절하지 않으신 하느님은 그 결실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은인을 보내주시지요』
연령회와 레지오 단원으로 수십 년째 활동하는 중곡동 본당의 터줏대감인 김 할머니가 신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어쩌다 대녀들이 김씨를 위해 맛있는 반찬이나 음식을 해오면 당장 들고 나가 양로원 등 주위의 불우한 이웃에게 전해줄 정도로 남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김씨의 요청은 곧 신자들에게 양심의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김선자 할머니는 또 인보의 집이나 사랑의 선교회, 작은 예수회 등 불우노인과 장애인 시설에 매월 정기적으로 찾아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빨래를 해주며 시간을 보낸다.
시부모와 친정 부모들을 남겨두고 월남한 죄값에 늘 고통 받으며 살아온 김씨로서는 불우노인시설을 찾을 때마다 북한에 두고 온 자신의 시부모와 친정 부모를 생각하며 이들을 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7시까지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은인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는 김씨는 하루 중 묵주기도만 평균 60단 정도를 봉헌한다. 그만큼 받은 사랑이 많기 때문에 해야 할 기도도 많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지금은 마지막 소원으로 시작한 장학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돈이 없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없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장학사업을 시작하기로 혼자 마음을 먹었어요』
아직 장학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지막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는 김선자 할머니는 훗날 단 몇 명이라도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불우학생을 구제해 보겠다는 강한 집념에 불타 있다.
한 평생을 이웃을 위한 봉사로 살아온 삶, 그것도 모자라 김선자 할머니는 지난해 11월에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자신의 신체를 사후「시체 해부 의학용」으로 기증했다.
그는 자신의 신체를 사후 시체 해부용으로 기증하는 사랑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참사랑의 표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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