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내가 먹기가 두려운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이 농약 투성이의 음식을 판다는 것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84년부터 포도 작목반을 조직, 유기농법으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정의선씨(토마스ㆍ안동교구 화령본당 모동공소)의 말이다.
정씨는 15년 전 서울에서 번역 일과 문학을 하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향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일반 화학농법으로 생산하는 포도에는 수확까지 농약을 치는 횟수가 보통 12~15회 정도이며 이 중 대부분이 수확기에 치게 돼 많은 양의 농약이 잔류할 수밖에 없다』는 정씨는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농약을 남용하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일꾼인 농민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확신 아래 실패를 거듭하며 유기농법을 시도했다.
제초제 한 번 뿌리면 끝날 일을 가지고 일 년 내내 풀을 메고 벌레도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며 보통 3년 만에 얻을 수 있는 수확의 기쁨을 정씨는 6년 만에야 맛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노력의 대가는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선 도시 소비자들의 사고가 농산물을 생명의 먹을거리라는 생각보다는 단순한 상품으로 인식, 정씨를 외롭게 했고 이와 때를 맞추듯 농산물 전면 수입개방이라는 시련이 닥쳐왔다.
정씨가 이에 굴하지 않고 생명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 아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 유기농가들 중 가공생산에 뜻을 둔 9명의 동료들과 함께 한 포도주 가공공장이다.
유기농으로 생산하다 보니 상품화 될 수 없는 포도가 일반 포도에 비해 훨씬 많이 나오는 데 착안해 5년 전부터 시도했으나 법적인 규제가 워낙 많아 고전하다가 작년 7월 1일부터 법규가 다소 완화되면서「중모 포도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가공공장 제1호로 농수산부의 승인을 받아 포도주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정씨는 이 공장 제품을 대기업에서 나오는 포도주와 완전히 차별화시키기 위해 유기농으로 생산한 포도만을 사용, 화학적 처리를 일체 거치지 않은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2만 리터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안동교구장 박석희 주교는 이「정의선 포도주」를 교구 내에서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현재 예천 상주 신기 봉화본당 등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타 교구에서도 기술적인 문제가 보완된다면 미사주로 사용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농민과 소비자가 공동 출자 공동 운영을 하는「땅을 지키는 모임」(서울 02-873-4490 상주 0582-33-3806)의 생산자 대표이기도 한 정씨는『우리 밀 살리기를 통하여 우리 밀 제병이 생산되듯이 미사주도 이제는 우리 농민이 생산하고 만든 포도주로 사용되길 바란다』며 작은 소망을 표시하고 자신의 포도주를 통한 수익금으로 불우 이웃을 위한 시설을 짓는 데 보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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