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자씨는 “성가를 부를 때 다른 노래에서 느낄 수 없었던 충만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동안 주님이 부르시는 곳에서 노래하는 것, 그게 제 삶의 목표예요.”
천미자(안나·69·성남대리구 능평본당)씨는 성가로 봉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천주교사도직회나 마리스타교육수사회 같은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의 미사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령철야기도회 등의 행사에서도 노래한다.
성가봉사팀 ‘작은사람들’을 결성해 교구 지속적인성체조배회 피정이나 교도소 등을 찾아다니며 봉사하기도 한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됐지만,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다른 누구보다도 에너지가 흘러 넘친다.
“성가를 부르면서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기도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후로는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주님의 도구로 노래하자고 결심했어요.”
천씨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던 팝송 가수였다. 어릴 적 우연한 계기로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천씨는 국내에서 활동하다 발탁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공연을 펼쳤다. 노래로 얻는 돈이나 명예보다도 그저 노래하는 것이 좋았고,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기뻤다. 그러던 중 모친을 보고 싶은 마음에 1988년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 바로 그때 가톨릭성가를 만났다.
천씨는 “그 전까지는 그저 노래하는 것이 기뻐서 노래를 불렀지만 성가를 부를 때는 다른 노래에서 느낄 수 없는 충만함을 느꼈다”면서 “하느님이 함께 하심이 느껴져 행복했다”고 말했다.
성가를 만난 천씨에게 더 이상 가수로서의 삶은 무의미해졌다. 그때부터 가수가 아닌 성가봉사자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천씨를 중심으로 성가봉사팀 ‘작은사람들’도 꾸려졌다. 창단 1개월 만에 교구 행사에서 봉사요청이 오는 등 ‘작은사람들’이 활발한 봉사를 펼쳐온 시간이 벌써 10년이 됐다. 천씨는 이 모든 활동이 “주님이 주관하신 일”이라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천씨는 “성가를 부를 때마다 주님이 더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주시는 것을 느낀다”면서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에는 의미가 없고 노래를 통해 주님이 사람의 영혼을 울리시는 일을 하심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봉사라고 할 수도 없어요. 주님이 절 노래하게 해주시고, 저를 써주시는 거죠. 늘 기도로써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