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침묵으로 비워낸 자리, 말씀으로 채우다
김인호 지음/ 256쪽/ 1만3000원/생활성서사
거룩한 독서 묵상을 위해선 시대 배경을 알고, 자세히 읽고,
그 안에서 예수님의 모습 찾도록 해야
거룩한 독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말씀이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전통적인 묵상법이다. 이 묵상법은 하느님께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기 교회 때부터 시작됐다.
가톨릭 신자라면 늘 성경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만 거룩한 독서가 무엇인지, 어떻게 성경을 읽어야 할지 막막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는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에서 그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친절히 설명한다.
김 신부는 머리말에서 20년 전 부제품을 위한 30일 피정을 하면서 처음으로 거룩한 독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정 이후 몇 년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정 때의 시간만큼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거룩한 독서는 단순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하나의 영적 수행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말씀을 사는 과정에 나타난 수많은 유혹과 스스로의 약함을 체험했다며, 그 과정에서 하느님의 도우심 역시 깊이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거룩한 독서를 하기 위한 방법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여러 본당에서 거룩한 독서를 강의하면서 말씀에 ‘목말라’하고 말씀에 ‘감동’하며 말씀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신자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을 보며 양들을 물가로 데리고 가서 원 없이 마시라고 손가락으로만 가리키는 목자가 아니라, 손수 물을 떠먹여 주는 목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했다.
저자의 말처럼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는 그 핵심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성경이 낯선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거룩한 독서 이해’의 장에서 저자는 거룩한 독서를 침묵, 성령 청원, 독서, 묵상, 기도, 관상 6단계로 요약하고 있다. 특히 ‘침묵’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로 침묵으로 비워낸 자리를 하느님으로 채우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성령 청원을 통해 성경 말씀을 온전히 경청하는 독서를 하고, 이는 내면의 말씀을 듣는 ‘묵상’으로 이어져 풍요롭게 채워진 마음으로 하느님께 응답하는 ‘기도’의 과정에 이른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김 신부는 거룩한 독서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면서도 각 단계가 단절된 관계가 아니며 경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과정은 거룩한 독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저자는 신자들이 독서와 묵상을 원활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3가지 핵심 키워드를 내놓는다. 첫째는 배경지식을 파악해 읽는 것이며, 둘째는 자세하게 읽고, 마지막으로는 예수님의 모습을 찾을 것을 이야기하며 거룩한 독서의 요점을 세심하게 짚는다.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를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거룩한 독서 방법은 물론, 성경과의 친밀도도 높일 수 있다. 책이 안내하는 대로, 천천히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성경 구절들을 곱씹으면 신앙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성경의 의미도 깊게 느끼는 계기가 돼 줄 것이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