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인종, 계급, 문화나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성덕에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사회에 전파하십시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2년 10월 6일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시성식 강론 중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업적과 역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다. 455년 만에 선출된 비이탈리아인 교황, 복자와 성인을 가장 많이 선포한 교황 등 그를 설명할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그러나 「나의 삶을 바꾼 사람, 요한 바오로 2세」에서는 교황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촘촘하게 엮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담았다.
교황 재임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 교황의 비서, 친구, 협력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를 더 가깝게 그리고 더 따스하게 느끼게 된다. 또 그들의 이야기는 매우 생생하게 교황을 기억하고 있어 책을 읽을수록 교황이 얼마나 하느님과 사람들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한다.

1993년 리투아니아의 십자가 언덕에서 기도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CNS 자료사진
엮은이 브워지미에시 레지오흐는 “이 책은 카롤 보이티와, 즉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그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 그의 곁에 교회와 세상의 역사를 다시 쓰도록 도와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한 인간이요, 사제이며 교황인 그에 관하여 말해 준다”고 말했다. 저자는 1981년부터 2012년까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서 일하며 교황과 그의 곁에서 일했던 이들을 가까이서 만나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과 숨은 이야기들까지 알게 될 것이고, 하느님과 인류를 사랑한 교황의 고귀한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엮은이의 설명대로 그리고 책의 제목대로 「나의 삶을 바꾼 사람, 요한 바오로 2세」에는 교황을 통해 삶의 큰 변화를 겪은 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들은 교황이 성인임을 확실하게 느꼈다고 입을 모아 증언한다. 교황이 온전히 하느님에게로 다가가려 한 모습과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던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까운 이들의 입을 통해 듣는 그의 이야기는 ‘참된 신앙인’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더욱 신앙에 집중하려 한 모습, 복잡한 현대 격동기 속에서도 교회를 새로운 길로 끌고 나가고자 한 사목자의 모습,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방법들을 교황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교황 재임 당시 교황청 공보실장이었던 호아킨 나바로 발스는 책에서 “교황님이 지상 생활을 마치신 침실이 아닌 곳에서 그분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경당에서 수녀님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계실 때였습니다. 그 순간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침실과 경당 사이의 거리는 10여 미터도 안 되었지만, 그럼에도 교황님은 육체적으로도 감실과 가까이 있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다양한 일화들이 실렸다. 옮긴이 고준석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번역을 하면서 교황의 기쁨을 접할 때는 함께 기뻐하고, 교황의 아픔과 고뇌를 접할 때는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뇌하기도 했다”며 “마지막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을 때는 성인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이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기쁨이 몰려왔다”고 책 서문에서 밝혔다.
올해 교황 선출 40년을 맞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통해 그가 보여준 신앙과 사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