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해밀도서관, 시각장애인 프로그램 발표회 개최
“서툴고 실수 연발해도 무대 설 수 있어 흐뭇해요”
노래·영어·원예·소리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 시각장애인 활동가 양성

12월 15일 부천시 해밀도서관 3층 강당에서 열린 발표회 중 참가자들이 소리극을 선보이고 있다.
“그럼 넌 (머, 머) 뭘 먹니?”(부엉이 역)
“부엉이도 화가 난 거예요.”(해설)
“알고 싶다면 (아이쿠 뭐였지? 아 맞다) 말해주지….” (오리 역)
-소리극 ‘오리와 부엉이’ 장면 중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오리와 부엉이’ 소리극 중, 발표자가 여러 번 대사를 놓치고 실수를 연발한다. 발표를 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대사를 잊어버려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관객들은 ‘잘한다~!’를 외치고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
오늘의 소리극 발표자들은 대사를 깜빡 잊어버려도 얼른 대본을 볼 수도 없는 시각장애인들이다. 어쩔 줄 몰라하는 발표자들의 귓가에 해설자가 조용히 대사를 읊어주자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히 웃으며 소리극을 이어나간다.
대사를 틀리거나 조금 어설픈 연기를 선보여도 모두가 즐거워하는 이곳은 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부천시 해밀도서관(관장 이상희 신부)이 마련한 ‘2017년 프로그램 발표회’ 현장이다.
12월 15일 해밀도서관 3층 강당에서 열린 발표회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소리극 공연과 시낭송뿐 아니라 비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펼치는 댄스스포츠, 노래와 하모니카 연주, 동화구연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모두 2017년 한 해 동안 해밀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은 내용들이었다.
2008년 개관한 해밀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노래교실, 댄스스포츠교실, 생활영어교실, 생활원예교실, 소리극 활동가 양성과정 교육, 시각독서동아리 ‘늘봄’, 하모니카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소리극 활동가 양성’ 심화과정도 마련해 더욱 전문화된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또한 해밀도서관은 프로그램 수료자들이 도서관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연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회를 열어 줄 예정이다.
‘길아저씨 손아저씨’ 공연을 펼친 시각장애인 박현자(바울라·인천 중3동본당)씨는 “처음엔 대사를 외우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나와 발표까지 할 수 있어 흐뭇했다”고 말했다.
소리극에서 해설을 맡은 비시각장애인 임기준(루치아·인천 소사본3동본당)씨는 “그동안 낭독봉사를 해왔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더욱 보람있었다”면서 “오히려 장애가 없는 분들보다 더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