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목포 상리사회복지관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노인들이 ‘천원 나눔’ 캠페인을 통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상리사회복지관 제공
매달 25일이면 어김없이 전남 목포에 위치한 광주대교구 상리사회복지관(관장 박인권)에서는 어르신들의 ‘천원 나눔’이 펼쳐진다.
“오늘은 동전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괜찮아요 어르신, 정성이 중요하지요.”
대부분 직장인들이 한 달 동안 일하고 월급을 받는 25일, 복지관에서는 무료급식을 받는 노인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 모금함에 넣는 날이다.
상리사회복지관은 지난 1999년부터 지역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의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들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무료급식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하루 평균 120여 명 정도다.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는다. 90대 노인도 있다. 복지관이 영구임대주택 단지 내에 자리해 무료급식은 가장 필요한 지역 내 복지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힌다.
‘천원 나눔’ 캠페인은 2015년 9월부터 복지관 이용 노인들과 복지관측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많아야 1000원 남짓, 적게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로 이어지는 나눔이니 큰돈을 마련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이 11월까지 총 93만4880원이 됐다.
매달 한 번씩 모금하는 날이면 노인들은 “가진 돈이 없어 1000원밖에 못내니 어떡하나…”라며 못내 미안해한다. “오늘은 이것 밖에 없어…, 다음 달에 더 낼게” 하면서 쑥스럽게 동전을 내미는 노인들도 있다.
이유진 복지사는 “나눔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워낙 팍팍한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분들이라 싫은 티를 낼 법도 하지만 어르신들 얼굴에는 그저 적게 내는 것이 미안하다는 표정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기금은 곧 스리랑카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스무 살 학생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복지관은 광주인권평화재단을 통해 부모에게 학대 받아 고통스러운 생활 속에서도 대학 입학 준비를 하고 있는 여학생을 소개받았다.
익명으로 기부한 78세 노인은 “그래도 우리는 복지관에서 밥도 먹여주고 나라에서 조금씩 생활비도 주니 다행”이라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을 텐데, 적은 돈이지만 누구한테라도 도움이 된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