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24회 평사연 포럼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선필(베드로) 연구원이 평신도 리더십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성직자 중심으로 운영되며 평신도의 역할은 보조자로 고착되게 된 이유를 사회학적 맥락으로 풀어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권길중, 이하 한국평협) 산하 평신도사회사도직연구소(소장 오용석, 이하 평사연)는 11월 3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05-3호에서 제24회 평사연 포럼을 열었다. 김선필 연구원(베드로·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후 연구원)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 천주교 평신도 리더십 – 사회학 관점에서 바라본 평신도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발표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이 발표를 통해 지난 200년 동안 한국교회에서 성직자와 평신도가 ‘계급화’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학문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신앙으로 발전시켰지만 이후 여러 과정을 통해 성직자와 평신도가 ‘계급화’ 되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가성직 제도에서 양반 위주로 성직자가 구성된 점 ▲선교사가 양대인(洋大人)으로서 높은 지위를 가진 점 ▲신학생 선발과정에서 한자(漢子)를 아는 양반 출신을 우선으로 한 점 ▲종교 자유 이후 프랑스 선교사들이 외교관으로서 치외법권 특권을 지닌 점 등으로 현재 성직자가 특권을 가진 ‘계급’으로 인식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교회가 농지를 보유한 지주로서 신자들에게 농지를 소작하게 해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선한 의도였지만, 이 때문에 교회와 평신도는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김 연구원은 교회가 초등교육 중심의 학교 운영으로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소홀한 점과 신학교 교육에 중점을 둬 성직자와 평신도 간 교육격차를 크게 한 점도 평신도의 지위가 약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올해 평신도 희년 상본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성 정하상 바오로의 성화가 함께 그려져 있는데, 이렇듯 성직자와 평신도가 교회의 공동주인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평신도 희년을 맞아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해 “평신도와 성직자, 수도자가 함께 교회를 친교와 평등의 공동체로 만들어내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