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이 내년 중 교황청 공식 승인과 선포를 앞두고 있다. 오롯한 믿음의 향기를 간직한 서울대교구 내 신앙 유산을 한데 묶는 작업이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주교, 이하 순교자현양위)는 10월 24일 오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2017년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 중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의 교황청 공식 순례길 선포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신자들은 신앙선조들이 남긴 믿음의 유산에 더욱 손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또한 한국교회도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순례명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순교자현양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설치가 완료된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 내 주요 관청 터 안내표석 관리를 체계화하고 서울시내 성지 주변 정비와 안내판 설치 등에도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순교자현양위는 특히 내년 순교자성월인 9월, 특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인 9월 20일 선포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2월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인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을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의 교황청 공식 순례길 선포와 같은 시기에 개관함으로써 개관의 의미를 극대화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은 서울대교구의 제안과 자문을 바탕으로 국비와 서울시 시비, 중구 구비가 투입돼 지난해 2월 첫 삽을 떴지만 중구의회가 구비 집행에 반대하면서 공사에 다소 차질을 빚었다. 원종현 신부(서울 순교자현양위 부위원장)는 이와 관련 “중구의회가 공사에 대한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국비와 시비가 정상적으로 투입돼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구의회 설득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이번 총회에서 서울 수표교 인근 이벽의 집터 추정지에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북촌 한옥마을 주문모 신부 사목기념관 조성사업도 역점을 두고 진행하기로 했다.
성지별 활동 발표에서는 광희문성지 담당 한정관 신부가 11월 25일 오후 1시30분 광희문성지 현지에서 ‘가난한 이들의 무덤자리’를 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고 발표했다. 한 신부는 “광희문성지는 서울시내 성지 가운데 가장 잊힌 곳이지만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광희문성지 순교자들의 명단이 드러나면 한국교회 순교사 연구에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