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사랑을 얻기 위해 더 나은 행위가 무엇인지 구별하며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못해 하면서도 꼼짝없이 해야 한다고 느껴 미칠 지경이 된다.(55쪽)
프란치스코 교황: 신앙은 확신과 활력과 희망을 주는 그분 사랑에 잠기게 합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깊은 곳에서 모든 것이 변할 것입니다.(58쪽)
마르틴 루터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500년 시간을 뛰어넘어 하느님 사랑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루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다」는 루터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문헌을 주제에 따라 함께 엮어 마치 두 사람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 신앙 유산을 확인하고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을 번역한 고준석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루터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거의 시대를 초월해 비슷하다”며 두 사람의 대화가 가능한 이유를 밝혔다. 작가 루카 크리파는 루터가 발표한 「95개조 논제」, 「소 교리문답서」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삼종기도 연설, 아침 묵상, 회칙 「신앙의 빛」 등을 활용했다.
루터는 독일 황제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교황 직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교황의 직무는 매일 그리스도교를 위하여 기도하고 눈물을 흘리고 고행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직무를 어떻게 생각할까. “참된 권위는 봉사라는 사실, 그리고 교황도 그 권위를 행사하려면 십자가 위에 가장 빛나는 정점이 있는 그 봉사직무에 언제나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교황은 진실한 마음으로 참된 봉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했다.
고 신부는 “루터가 원한 것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하는 것 모두 ‘인간 구원’”이라며 “책에 등장하는 문헌들은 인간 구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느님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루터 종교개혁의 의의를 “교회의 쇄신”이라고 말했다. “500년 전에도 이미 가톨릭교회 스스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가톨릭교회는 루터의 비판점 일부를 수용해 쇄신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교회 쇄신에 노력한 성인성녀가 탄생했다”는 점을 들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