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교구 부강본당 주임 이길두 신부가 9월 10일 거행된 타임캡슐 봉인식에서 ‘향주심’이라 적힌 타임캡슐을 안치한 후 강론하고 있다.
“타임캡슐이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 선조와 선배들의 믿음을 공경하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분발할 수 있는 다릿돌이 되게 하소서.”
9월 10일 오전 청주교구 세종시 부강성당(주임 이길두 신부)에서는 본당 설정 60주년을 맞아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다가올 100년을 준비하는 ‘타임캡슐 봉인식’이 열렸다.
60주년 감사미사 후 마련된 봉인식에서는 ‘본당 설정 전후 본당 사제들의 기록 유물’ ‘본당 초기 사진 자료 및 관련 서류’ ‘육성 증언 녹음 파일’ ‘신자 개인기록’ ‘2057년(100주년) 본당 사제에게 보내는 현 본당 사제의 편지와 선물’ 등이 ‘향주심(向主心)’이라 쓰인 타임캡슐 속에 담겼다.
이날 안치된 본당 기록 사진과 유물 등은 본당뿐 아니라 한국교회사 안에서도 귀중한 자료들이다. 성당 건축 사진들을 비롯해 본당 토대를 놓았던 메리놀회 사제들이 6·25전쟁 후 궁핍했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미국 가톨릭구제회(NCWC)에서 받았던 밀가루 배급 현황, 성당 취수로 사업 계획서 및 설계도면, 신탄진과 옥천 미군 부대에서 본당 신자들이 품삯으로 성당 물품을 가져온 내용 등 격동의 역사를 걸어온 본당 자취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타임캡슐에는 이 자료들의 사본이 담겼다. 원본은 구 사제관 집무실에 마련될 유물관에 보관 전시된다.
신자들의 개인 기록물은 각 세대주의 머리카락·묵주·가족사진·자녀들에게 보내는 신앙편지·가족사진 등으로 구성됐다. 편지에는 신앙을 갖게 된 연유, 일대기, 자손들에게 믿음을 독려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편지를 통해 자녀들에게 신앙과 기도의 중요성을 당부했다”는 박영규(비오)씨는 “아내와 함께 편지를 쓰며 나 자신과 가족의 신앙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다. 타임캡슐이 개봉되는 40년 후 자녀들과 함께 신앙편지를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60주년 준비를 위해 본당 공동체는 지난해 9월부터 묵주기도와 성경 필사 등으로 마음을 모아왔다. 신자들은 60주년 감사미사를 통해 성경필사본과 41만8870단의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이길두 신부는 “본당과 신자들의 역사를 모으는 과정에서 본당 공동체가 보다 소속감으로 하나되고 일치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면서 “타임캡슐 봉인식을 기해 성당 건물의 원형 복원 및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지역 문화재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강본당은 1957년 4월 21일 설립됐으며 주보성인은 ‘성모성명’이다. 비룡공소를 관할하고 있다.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을 본떠서 지은 성당 건물은 1950년대 성당 건축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