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독서의 계절.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책을 진하게 음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독서가 당기는 9월은 또 ‘순교자성월’이기도 하다.
순교자성월은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생명까지 바친 선조들의 행적을 기리며 공경하고 하느님의 구원 은총에 감사하는 달이다.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교영성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한 번쯤 가보면 좋을 순교성지를 다룬 책, 순교자의 삶을 풀어놓은 해설 책 등 장르를 국한하지 않았다. 책과 함께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선 시대를 살아간 신앙선조들을 묵상해보는 건 어떨까.
「순교자의 땅 이제는 순례자의 땅」(오영환·박정자 지음/396·408쪽(합본)/2만5000원/가톨릭출판사)은 한국 천주교의 성지와 사적지 415곳을 교구별로 나눠 소개한 성지순례 안내서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순교의 맥을 찾아서」에서 소개한 성지와 사적지들을 수정·보완 후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의 삶과 죽음에까지 이른 발자취를 집대성한 책이다. 특히 1800년대 박해시대 순교자들이 생활했던 교우촌과 공소 등을 수록해 생생한 순교자의 삶과 영성에 다가설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순교자의 땅 이제는 순례자의 땅」을 통해서 각 교구의 다양한 성지와 사적지들을 돌아볼 수 있다. 아울러 순교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에서 순교자성월의 의미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2013년 9월 28일 개최한 제1회 순교 국내 학술 심포지엄에 관한 자료집, ‘순교총서2’ 「순교자의 삶과 신앙」(김정숙 외 3명/268쪽/1만5000원/형제애)은 순교자의 ‘죽음’뿐 아니라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수록했다. 이 책은 박해 시기를 살다 간 신앙선조들이 순교를 택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신앙생활’을 면밀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순교자들의 삶과 삶을 통해 드러난 순교영성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죽음을 넘어서:이순이의 옥중편지」(정병설 지음/250쪽/1만5000원/민음사)는 「천주교회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이순이의 옥중편지’를 주제로 엮어졌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전주에서 순교한 이순이가 옥중에 어머니와 두 언니에게 보낸 편지들을 중심으로 쓰였다. 각종 사료를 통해 편지의 배경을 분석하고, 내용을 해독하며 의미를 재해석했다. 특히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숭고한 정신세계’와 ‘조선의 새로운 인간의 탄생’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말하는 새로운 인간은 ‘하느님을 따라가면서도 현실에서도 성실하고 감사하며,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책은 ▲순교의 현장 ▲옥중편지의 배경 ▲옥중편지 읽기 등으로 구성됐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신태보 옥중수기」(신태보 지음/유소연 옮김/187쪽/1만3000원/흐름출판사)다. ‘박해시대 어둠을 밝힌 신앙의 불씨’로 설명되는 신태보는 7차례의 형문과 13년간의 옥중 생활 끝에 참수된 인물이다. 신태보는 성직자를 영입하기 위해 경비를 마련하고 많은 서적들을 신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1827년 4월 22일 교리서를 필사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됐고 1829년 5월 20일 70여 세의 나이에 순교했다. 신태보의 옥중수기는 죽음이 목전에 다가온 급박한 순간에 쓰였다. 그의 글을 보면 고난을 받으면서도 굳은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