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 문화리포팅] 서울 청담동본당 ‘금요콘서트’
그림과 어우러진 클래식 선율
순교자성월, 가을밤을 적시다

9월 1일 서울 청담동본당 ‘금요콘서트’에서 칸티쿰 합창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주 공연무대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들의 영성을 묵상하고 느낄 수 있는 종교음악을 선사한 서울 청담동성당이다.
청담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력의 하나로, 봄과 가을이면 클래식 연주시리즈를 선보이는 ‘금요콘서트’와 ‘한낮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올 가을 금요콘서트와 한낮의 음악회는 “가을 산책길에서 만나는 클래식 ‘쉼’”을 주제로 막을 열었다. 그 첫 무대인 9월의 금요콘서트는 1일 금요일 오후 8시 2층 성당에서 펼쳐졌다.
칸티쿰 합창단의 연주로 꾸민 이번 콘서트의 첫 곡으로는 바흐의 B단조 미사곡 26곡 중 4곡이 연주됐다. 바흐의 곡은 순교영성을 잘 담아낸 음악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샤갈의 ‘하얀 십자가’ 등 연주곡에 어울리는 명화와 성화도 함께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신자가 오르간 연주를 들으며 순교자 영성에 대해 묵상하고 있다.
지휘자 서광태(56)씨는 4곡 중 첫 번째 곡인 ‘키리에(Kyrie)’에 관해, “순교자를 비롯한 인간 내면의 목소리를 연주하는 듯하다”고 소개했다.
금요콘서트 예술 감독 이윤주(가타리나)씨도 “곡 초반부는 음이 낮게 시작하지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곡”이라면서 “순교자 마음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바흐의 곡과 함께 본당 주보이자, 103위 성인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순교한 성 유대철 베드로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소개했다.
오르간 묵상곡을 연주하기 전에는 “나는 솔직히 죽는 것을 몹시 무서워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죽는 것보다 몇 천배 더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나의 주님이시오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저버리는 일입니다”라고 말한 성 손자선 토마스 말을 낭독하기도 했다.
칸티쿰 합창단은 콘서트에서 오르간 묵상곡 2곡뿐 아니라 브람스의 ‘모테트’와 멤리·구노·카치니의 아베마리아 3곡 등도 노래했다.
이씨는 “본당에서는 문화 복음화 여정의 하나로 금요콘서트 등 다양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면서 “성당에서 여는 공연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성당에 좀 더 쉽게 들어오고 신앙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 시작에 앞서 본당 보좌 김경영 신부는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묵상을 통해 부부, 부모, 자녀 사이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인정하는 등 우리가 이 시대에 순교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