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띠노 신부가 신학교 입학할 때 시작해서 사제 서품을 받는 날 끝내기로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9일 기도를 바쳤는데 막상 서품을 받던 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9일 기도를 다시 시작했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하느님의 마음에 흡족한 신부가 돼 달라고 기도드려야 할 것 같아요』
7월 13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새 사제로 서품된 서울대교구 이승익(아우구스띠노ㆍ30) 신부의 어머니 김효미(미카엘라ㆍ서초동본당ㆍ62)씨는 아들 신부의 서품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어 있었다고 한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모든 새 신부 부모들의 마음이 비슷하겠지만 유독 김효미씨의 마음을 적신 눈물은 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아들이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도 올바르게 성장, 신부가 됐다는 것과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스스로 결심하고 어머니 김효미씨에게 최종 통보를 하던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갔다온 후 무릎을 꿇고 앉더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면 생길 색시와 아이, 이 세 명을 위해 한 생애를 바친다면 이승익이라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느냐며 신학교에 갈 결심을 설명했어요』
그때 김효미씨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아들이사악을 바치라고 했을 때 아브라함의 심정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찢어질듯 가슴이 아팠었다고 한다.
무녀독남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김씨로서는 큰 충격이었지만 단호한 아들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던 것.
단지 하느님의 진정한 성소가 아들에게 있는지 없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아들이 이 세상의 졸업장이 뭐 필요하겠느냐며 1학기 남은 학교를 그만 두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성소를 믿었다고 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하느님과 결혼을 했다는 마음으로 아들과 단 둘이서 살아왔지만 한 번도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만큼 하느님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느껴왔다는 김효미씨는 아직도 조그만 여행사에서 한 부서의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이 사제품을 받기 전 훌륭하고 큰 사제, 김 추기경님 같은 사제가 돼 달라고 말했더니 아들 신부가『어머님은 너무 욕심이 많으시군요. 큰 사제보다는 꼭 필요한 사제로 어머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제가 되겠다』고 대답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는 김효미씨. 김효미씨는 이제 자신의 아들이 아닌「하느님의 아들」로 새롭게 태어난 아들 신부의 또 다른 시작을 위해 9일 기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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