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섭리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함께해 왔을까. 세계 역사 속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찾는 영성신학자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분당성루카본당 주임)의 여정이 「갈망과 영감의 키워드로 읽는 미국사」(정영식 신부, 민영기 신부 지음/366쪽/2만3000원/쉐마북스) 출간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책은 세계의 근·현대사를 영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근·현대 세계 정치·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친 만큼, 미국사가 근·현대 세계 역사와도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그동안 「갈망과 영감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사」를 시작으로, 중국사·일본사·러시아사·이탈리아사 등을 집필, 6권 째 미국사를 끝으로 각 나라의 역사를 영적인 눈으로 읽어왔다. 특히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국가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살펴보고, 유럽의 중세를 이끌었던 로마를 잇는 이탈리아의 역사를 통해 서양사를 다뤘다.
이어 정 신부는 “미국사는 전 세계 역사의 축소판이자, 현대 세계사 흐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리즈의 마지막이 미국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책에서 아메리카 원주민과 첫 이주에서부터 식민지 시대와 독립, 서부개척, 남북전쟁, 산업발전, 세계대전과 현대 미국사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다뤘다. 정 신부는 “이 책이 현대영성의 관점에서 미국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가 그 해석 안에서 어떤 역사를 개척해 나가야할지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 신부는 앞서 다룬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역사도 현대영성의 ‘형성과학’적 방법을 바탕으로 통찰해냈다. 형성과학에서는 인간을 육·정신·영의 3중 구조로 본다. 그리고 우리의 육과 정신이 하느님께 ‘갈망’을 봉헌하고 ‘영감’을 받으면서 하느님과 합치(合致)를 이뤄가는 상태를 ‘형성’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 신부는 역사를 ‘갈망과 영감의 키워드로 읽는다’고 표현한다.
정 신부는 형성과학에서 인간의 영적 상태를 분석하는 방법을 국가 공동체에 적용해, 역사의 각 사건이 ‘형성’인지 그에 반하는 ‘반(反)형성’인지 밝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성찰해야할 것을 짚어나갔다.
정 신부는 “미국은 강대국이지만, 3중 구조의 안에서는 허약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희미한 3중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개척자들에 의해 영은 없이 육과 정신으로만 이뤄진 2중 구조로 전락한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노예 문제를 극복하면서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이내 골드러시, 산업발전 등의 과정에서 오만과 욕심을 부리면서 2중 구조를 도리어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동양에서 서양,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역사를 영적으로 성찰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영적 성숙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정 신부는 세계의 역사에서 ‘희망’을 느낀다. 인간의 역사 구석구석에서 영적인, 초월적인 상태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과거를, 다른 나라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시고자 하는 고유한 광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독자들이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