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방랑벽과 왕성한 실험정신의 재야(在野) 화가였던 지홍(智弘) 박봉수(1916~1991년·니꼬데모) 화백의 딸 박보현(오틸리아·서울 노원동본당·43세)씨가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무서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기도와 사랑으로 병을 이겨내고 부친의 화풍을 계승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있다.
박화백의 타계 1주년을 기념하여 올 6월 26일부터 7월 9일까지 유작전을 가진바 있는 박보현씨는 『나의 최대의 희망은 아버지를 기념하는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지홍 장학재단을 설립, 돈이 없어 미술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아버님의 뜻을 기리는 것』이라고 야무진 꿈을 밝혔다.
25년전 한창 꿈많던 여고 2학년때 신장염을 앓으면서 기나긴 투병생활에 들어가야 했던 박보현씨는 발 끝에서부터 상체까지 서서히 몸이 마비돼가는 「근육위축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철저한 좌절감과 실의를 맛보면서 생의 의지를 상실해갔다.
그러나 박보현씨는 85년도 가톨릭신문 「빛을 심는 사람들」에 소개됐을 정도로 전신마비의 고통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가난한 이웃을 위한 다정한 말벗이 되고, 휠체어를 타고 성서봉사 활동을 하는 등 열성적으로 그리스도를 전하는데 온몸을 바쳤다.
『항상 당신의 세계를 그리며 방랑생활을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싫어했다』고 아버지에 대한 어렸을때의 인상을 토로하는 박보현씨는 『76년 본격적으로 아버지에게 미술공부를 시작했을 때 비로서 아버지의 예술세계를 체험하고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간을 소우주로 보며 동양철학적 화풍이 강한 아버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서적을 읽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있는 박보현씨는 『아버지는 소리를 형상화 시키는 작업을 해왔다』고 전제한후 『음악을 들을때면 음악이 소리가 아니라 화려한 색으로 다가온다』며 『앞으로 음악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젠 몸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손에 힘을 줄 수가 없어 작품을 많이 그리지는 못한다』고 말하는 박씨는 『아버지의 화풍을 계승하고 이를 학적으로 남기기 위해 남은 삶을 쏟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道)와 예술(藝術)이 일체된 삶을 살다간 박봉수 화백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신의 고통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승화시킨 박보현씨의 삶은 오늘도 정상인들 보다도 더욱 진지하고 힘차게 완성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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