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의 수도생활의 여정을 돌아보는 순간 감명 깊게 보았던 「늑대와 춤을」이라는 명화가 새삼 떠오른다. 인간이 두려워 숨어다니던 늑대는 한 인간을 만나 그의 계속적인 진실함과 다정스런 눈길, 진정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와 친구하고 싶다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 그의 깊은 평화의 마음은 그를 감동시켰고 조금씩 그에게로 다가가 끝내 친구가 되는 아름다운 과정이었다. 진실과 그의 평화만이 늑대를 길들일 수 있었던 것이였다.
세상에서 야생녀였던 한 아이를 하느님께서는 평화롭고 고요한 빈들로 꾀어내어 그의 진실함과 사랑만을 주시며 한 영혼을 사로 잡으셨던 것이다. 세상과는 또 다른 가르멜의 울안에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새로운 접촉안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의식주해결을 위한 싸움이 아닌 오직 자신의 내외적인 정화를 위해 빛과 어둠을 번갈아 주셨던 수련시기. 가장 순수하고 깨끗하고 거룩한 지향으로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더 많이 기쁘게 해드릴수 있을까하여 오직 하느님의 사랑만으로 뿌리내리느라 고달팠던 순간들이었다.
그분께서는 평생을 당신의 사람으로 묶으시고자 달콤하고 싱그럽고 샘솟는 사랑만을 맛들이시며 깨끗한 영혼으로 정화하시고 그안에 사랑의 불씨를 심어 놓으시고는 열정에 따라 오르게 하셨을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하루의 삶 일과 기도 그리고 약간의 공부는 왜이리 바쁜지 정신없이 늘 뛰어야만 했던 것을 모든 나의 결점들이 부셔져 내리는 과정이었으리라 본다.
봉헌의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듣게 되면서 부모생각 형제생각 잘못 살아왔던 생각에 가슴은 찢어질듯 저려왔고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에서 눈물만을 펑펑 흘렸던 순간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은 그러한 나에게 왜그리 고통스럽고 힘드시게만 내 가슴에 다가오는지 모든 것이 나때문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 울보의 시간들이었다.
저토록 나를 대신하여 죽으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나의 인간적인 격정 분노 그리고 모든 결점들은 조금씩 말없이 깨지고 부서졌으리라. 고행 희생 단식등 게걸스럽게 찾아다니며 그것도 부족해서 몸달아 했던 순간들. 성인이나 된것처럼 그땐 진정 소박한 시간들이었다. 진정 예수님의 십자가 의미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서….
허나 지금 되돌아보니 자아인식을 위한 아름다운 시간들이었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위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풋내기의 사랑, 가진것도 없으면서 드리고만 싶어했기에 자신때문에 괴로워했던 철부지를 하느님께서는 자신만이 가지고 계시는 자비하신 사랑과 관용 그리고 인내로 조금씩 길들이셨고 감성에서 이성에서 자성에서 의지에서 정화하시며 오직 믿음 희망 사랑의 대신 덕의 삶으로서 당신안에 품어 들이신다.
이렇듯 하느님은 한 영혼을 만드시기위해 계속적인 당신의 친교안에서 길들이셨고 오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길들여가고 계신다.
하느님은 사랑과 감사를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