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의 중요성
「사도전승」(使徒傳承: Tra-ditio apostolica)은「디다케」와 함께 교회의 전례와 신자들의 생활규범에 관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역사자료이다. 주교 서품, 사제 서품, 각종 직수여 절차, 성천전례, 예비자 교육, 세례 성사, 기도시간과 방법, 단식 규정 등 교회의 전례와 신자생활에 대하여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이 문헌은 210년대의 작품으로서 동서방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후기 각종 전례문헌의 모범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각종 예식서와 전례서에도 그 기본적인 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교회 안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헌이다. 교회의 삶 안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전례문헌은 지역교회나 시대에 부응하여 발전 내지 변경되기 마련이다. 또한 전례문헌은 그 성격상 어느 시대의 한 저자가 갑자기 저술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교회에서 이미 행해지고 있던 것을 주로 편집한 것이다. 따라서「사도전승」에 수록된 내용은 실제로 편집된 3세기 초보다는 훨씬 이전의 것으로 보아야 하며, 더 나아가 사도들에게까지 그 기원을 소급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문헌을「교부문헌 총서」제6집(분도출판사, 1992년)에서 긴 해제와 함께 대역본으로 번역하였다. 이 문헌은 우선 전례를 공부하는 신학도들에게 기초 자료가 되며, 또 요즈음 우리말 미사 전례문을 개정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나아가 개신교 형제들이 초대교회의 제도와 신자생활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것이다.
문헌의 출저와 문제점
「사도전승」은 오랫동안 이름만 전해오다가 지난 세기에 비로소 그 정체가 밝혀졌다. 「사도전승」은 3세기 초 로마의 히뽈리뚜스의 작품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1551년에 로마의 티불띠나 도로변에서 하나의 대리석상이 발견되었는데, 이 석상 주인공의 상체 부분이 파괴되어 있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석상의 인물이 앉아있는 의자 양 옆에 저서들의 목록으로 보이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저서들의 대부분이 히뽈리뚜스의 것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 석상을 히뽈리뚜스의 것으로 추정하여, 파괴되었던 상체부분을 복구하였다. 그리고 이 석상에 새겨져 있는 저서목록 중에「사도전승」이란 저서명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이 저서를 로마의 히뽈리뚜스의 저서로 보게 되었고, 따라서 로마교회의 전례가 보편교회의 전례 모형이 되었다는 학설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이 석상은 원래 남자의 상이 아니라 여인의 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저자와 저술장소에 관한 문제들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희랍어로 쓰여졌던 이 문헌의 원본은 유실되었고 대신 라틴어, 꼽트어, 아랍어 등의 번역본만 전해오고 있다. 현재로서는「사도전승」이 히뽈리뚜스의 저서냐 아니냐, 로마교회의 전례를 대표하는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으나, 이 문헌이 교회의 전례사와 규범사에 기초가 되는 중요한 사료(史料)라는 점에는 학계에서 모두 일치하고 있다.
「사도전승」의 구조
「사도전승」은 머리말(1장)과 맺는 말(43장)을 포함해 모두 43장으로 되어 있는데, 본문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과 맺는말에서는, 신도들이 사도들로부터 전해오는 전승 안에서 올바른 신앙을 보존함으로써 오류나 이단에 빠지지 않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하는 데에 이 문헌의 의도와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1부(제2~14장)에서는 주로 교회의 인적 구성 즉 교계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9부류의 교회 인물들 즉 주교(2~3장), 사제(7장), 부제(8장), 증거자(9장), 과부(10장), 독서자(11장), 동정녀(12장), 차부제(13장), 치유자(14장)에 대해 주로 서술되어 있으며, 성천전례(4장)와 두 가지 봉헌 (5~6장)에 대한 서술이 삽입되어 있다. 특히 주교 성성과 사제 서품에 관한 규정들은 현대 예식서에 거의 그대로 인용되어 있으며, 성찬전례 규정은 오늘의 미사 기도문의 직접적인 토대가 된다.
제2부(15~21장)에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는 입교과정을 규정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처음 듣기 위해 예비자 등록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윤리생활과 사회적 신분에 대한 심사(15장), 그리고 금지된 직업과 일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16장), 3년간의 교리교육을 받게 되며(17~19), 그 다음 세례 대상자의 선발예식과 세례준비를 거쳐(20장),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와 영성체로써 드디어 완전한 신자가 되는 (21장) 전 과정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규정되어 있다.
제3부(22~42장)에는 신자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제반 규정들이 수록되어 있다. 즉 성체를 가정에 모셔가 매일 영하는 영성체 규정(22: 36~38장), 단식규정(23: 33장), 공동체적 식사와 축복받은 빵에 관한 규정(24~30장), 소출의 봉헌과 축복(31~32장) 그리고 기도시간과 영성생활(35: 41~42장), 성직자단의 유대와 묘지관리 규정(34: 39~40장)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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