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우리 민족의 주인공이 될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청동투구를 국가에 기증, 영원토록 보존키로 했습니다』
8월 8일 오전 11시 문화체육부 5층 강당에서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옹(아우구스띠노ㆍ83세)이 자신이 마라톤 제패 부상으로 우여곡절 끝에 받은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를 정부에 기증했다.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청동 투구를 기증한 후 손기정옹은 떨리는 목소리로『나라 없는 서러움 때문에 이제서야 투구가 우리 민족 품에 안기게 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 잠시 식장을 숙연케 했다.
해방 49년을 맞는 시점에서 손옹이 이번에 정부에 기증한 청동투구는 문화체육부에 의해 중앙박물관에 보존, 일반인들에게 전시될 예정이다.
이 청동투구는 기원 전 6C경 고대 올림피아의 제전 경기서 승리를 기원하고 감사하는 뜻으로 봉납하기 위해 그리스의 고린토에서 제작된 것으로 전 세계에 실물로는 찾아볼 수 없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다.
쇳물을 일시에 부어 주조된 이른바 통주제품으로 형태는 머리에 썼을 때 두눈과 입이 나오도록 하고 코부분은 콧등에서 코 끝까지 가리도록 만들어졌으며 뒷부분은 목까지 보호토록 되어 있다. 높이 22cm, 가로 폭 18.7cm, 세로 폭 27cm, 두께 2mm, 코 두께 6mm인 청동투구는 1986년8월 17일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5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 정부가 손기정옹에게 전달하므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됐다.
이 청동제 투구는 그리스 아테네의 부라딘신문사가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그 당시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었다. 베를린 박물관에서 보관되어 있던 이 투구는 50년 후인 1986년 비로소 손기정옹에게 돌아왔다.
손기정옹은 이날『우승 당시 이 투구가 부상으로 주어졌는지 전혀 몰랐다』라고 밝히고『70년대 재독 교포로부터 청동투구가 원래 내게 주어졌던 것이란 소리를 듣고 회수를 위해 애써왔다』고 지난 일을 회고했다.
한편 1974년 동아일보가 처음으로 이 청동투구가 손기정옹의 것이라는 보도를 내는 등 손옹에게 수여된 것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특히 1980년 손옹의 아들 손정인(53세)씨의 친구 고바야시 쇼이치(전 일본 문화방송 기자)에 의해서 보다 상세히 세상에 알려졌다. 손정인씨가 친구인 고바야시씨에게 정보를 제공, 일본 문화방송이 6개월간 투구의 진상을 추적 1시간물 다큐멘터리를 일본 전역에 방영하면서부터 투구의 주인공이 손기정옹이라는 것이 확실시됐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계 유일한 청동투구를 독일 정부가 86년 한국의 아시안게임 개최와 베를린올림픽 50주년을 계기로 손옹에게 전달하게 된 것.
손기정옹은『나라가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 나라없는 서러움 때문에 투구가 내게 오는 데 50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며 『이를 교훈 삼아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민족의 장래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노환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손기정옹의 모습이지만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뜨거운 가슴이 전해져오는 순간이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