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순교자

1

꿈꾸어둔 천년의 낙차로 질러왔네

질러왔네

조금만

솟구치듯 더 조금만

눈을 들어 바라보면

이미 가득 차 있는

화염, 주홍의 상처

헐벗기운 주홍의 장엄

허상을 벗고

세속주의를 벗고

임의로움 또한 벗어나

아침의 광영을 품안고

터뜨려간 실존의 극치

해방의 법열로 자라왔네

자라왔네

2

영혼을 뒤흔드는 정묘

그 신인의 음성을 뉘 들었는가

핍박과 고뇌, 장해 한가운데에

성화를 한 가운데에 놓고

암야를 헤쳐 간 횃불

횃불의 무리

하나되어 내달을지니

좁은 문으로

좁디 좁은 문으로

삶의 골을 메우는 밝힘

땅 끝까지 우리의 몫인 것을

오늘도 수천 번을 박히는 갈증

그 시인의 동공을

뉘 보았는가

3

분명히 말한다, 하시는 분

시공 너머의 청청을 여는

뜨거운 연민의 범람

분명히 말한다, 하시는 분

그 빛살 아래

생성변화 속 타성을 부수어간

초절의 통공

낙락장송의 일심

이름하여

성심의 화관일지어니

다시금 비워져라 이르는

오아시스일지어니

쇄신의 시대를 사는 뿌리,

공동선 안에

유유히 흘러드는 정녕의 풍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