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기어이 우리 곁을 떠나고 말으셨군요.
형수님이신 조후종 선생이 자기 생명과도 맞바꾸려 했었던 그토록 지극 정성어린 간병도 모두 허사로 만든 채 …
그리고 병상에서 길고 긴 나날들을 침묵으로 누워계신 동안 새 식구로 맞은 형님보다 훨씬 잘 생긴 사위 얼굴에 눈 한번 찡긋 못 맞추고 …
2년 전 잔인한 4월을 채 못 넘기고 형님이 쓰러지시던 날은 당신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준비한 회갑기념 초대전을 하루 앞둔 때였습니다. 때 소식을 받고 달려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이미 말을 잃으신 형님은 필담으로『집에 가자』는 외마디를 제게 남긴 채 오랜 투병생활의 문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기억나세요? 저와 명동대성당 복원사업일로 처음 만났을 때의 일들을 …
당신은 그 엄청난 유리창의 스테인드글라스를 3년여 세월동안 제작하시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탓에 빈털터리가 되었으면서도 나중에 모두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낙천가의 삶과 그 웃음을 결코 잃지 않으셨었지요.
밝음, 무한에 대한 동경, 끝없는 무궁동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이셨고 종래에는 전의무봉의 경지를 얼핏 사람들에게 보여주시어 사람들이 모두『아! 이남규의 그림이 되었다. 이제 완성 되었다!』고 찬탄할 무렵, 당신은 홀연히 화필을 놓으셨습니다.
형님, 이젠 정말 작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젠 당신이 일궈 놓으신 가톨릭 미술협회와 가족들, 대학의 제자들, 무엇보다도 당신이 세상에 남기신 당신이 아름다운 그림과 찬란한 유리화의 빛 속에 계실 당신의 모습을 다시 소중히 접어 추억의 창고에 넣을 때 입니다.
그리고 형님, 당신만이 아실 김수창 신부와 그의 일당들에 대한 우정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집에 가자』하시던 마지막 말씀대로 당신은 주님의 집에 이미 가 계실 것입니다. 또한 세월이 지나 우리 모두 당신 곁에 주님의 집에 가게 될 때까지 부디 평안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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