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회개와 보속으로 주의 부활은 기다리는 은총의 40일. 이렇게 도식적으로만 표현하기엔 첫날부터 머리에 받은 잿빛 그늘로 어둡게 드리워지는 무거운 느낌이 시기다.
다른 때보다도 더 먹고 싶은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눈에 걸리는 것도 시비하고 싶은것도 많은 이때 우리 공동체는「목마르다」라는 교황님의 사순절 메시지를 초석으로 이 사순시기를 시작하였다.
눈만 뜨면 무섭게 달라지고, 신문과 뉴스엔 기쁜 이야기 보다 걱정스런 사건, 사건들.
연이어 높은 자리에 올려졌다간 경질되고 형질을 속여 재산을 가로채고 청소년은 헤로인과 그릇된 성충동으로 갈등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 시대.
이러한 시대에 목마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차라리 시대 상황 자체가 목마름인데 어디서 물을 구하고 이 시대를 해갈시키겠는가! 그리고 자신조차 극복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늘 그 분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수도자들의 의미 붙인 40일의 초석이 무슨 힘을 세상에 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자. 그분은 골고타의 십자가 위에서, 그 절망의 끝에서 무엇을 목말라 하셨을까.
그렇다 거기에서 교회가 시작되었다.
하늘과 땅이 이어지고 인간은 그리스도를 통해 꺼질 수 없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인간적 절망의 정점에서 하느님이 당신의 역사를 시작하셨다.
그것이 우리 수도자의 역사이어야 한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겨울의 길목에 작고 여린 잎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고 스러지는 겸손한 꽃, 봄의 목마름으로 한기를 꽃으로 피워낸 강할 수 없는 강인함이 수도자의 역사이어야 한다.
절망투성이인 시대를 아파하고 예수의 목마름으로 선 수도자, 사순절의 길목에 핀 작은 꽃이 주는 희망이 수도자의 모습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