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은 거룩한 혼인의 계약을 하느님의 어전과 교회 앞에서 이미 60년 전에 맺으셨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새롭게 확인하고 더욱 열심히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하십니까.』
『예 약속합니다.』
갓 결혼하는 새 신랑 새 신부의 결혼 서약이 아니다. 이미 60년을 함께 동고동락해온 김복동(분도ㆍ81세)옹과 이음전(바르바라ㆍ76세) 여사가 회혼미사 때 최창무 주례 주교 앞에서 쑥스럽지만 다정한 표정으로 그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노고를 치하하는 약속이다.
지난 1934년 12월 김옹과 이 여사는 21세 15세의 나이로 혼인성사를 받았다. 슬하에 6남매를 키우면서 1명의 신부와 2명의 수녀를 길러낸 두 사람의 회혼미사가 봉헌되던 9월 10일 서울 문정동 성당. 하객들로 참가한 많은 이들은 저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지닌 채 시종 다정하기만 한 노부부를 존경과 부러움 속에 지켜보았다.
차남 김충수(보니파시오) 신부가 주임으로 있는 문정동 성당에서 회혼미사를 봉헌하면서 혼인 갱신식을 가진 김옹과 이 여사는 쌍둥이처럼 닮아 인고의 세월을 느끼게 했다. 서로에게 회혼반지를 끼워주며 얼굴을 붉히는 노부부는 그들이 살아온 긴 세월이 맺어놓은 결실인 세 명의 아들과 세 명의 딸, 손자 손녀들의 축하 속에서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신랑 얼굴 한 번도 못보고 부모의 명령(?)에 따라 그 어린 나이 (15세)에 시집을 가야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말문을 연 이음전 여사는『내 평생 가장 기뻤던 순간은 아들이 사제로 서품되는 순간이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김복동옹은『자전거를 타고 이 사람이 있는 동네를 다니다 눈에 들어 부모님에게 결혼을 하겠다고 졸라 어린 신부를 맞았다』고 설명하면서 『나 역시 아들과 두 딸이 신부와 수녀가 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출가한 두 아들과 딸, 나머지 반은 수도자 성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자녀들을 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아들 신부이지만 깍듯이 존대말을 쓰고 있다.
김충수 신부는『우리 어머니는 신부인 나를 감시(?)하느라 하느님 곁으로 일찍 가시지 못할 것』이라면서『아버지 어머니의 신앙이 어릴 적부터 내 뼈 속 깊이 각인되어 내가 사제의 길을 가는 동안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토로했다.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 기뻤던 일 모두 뒤로 한 채 아들 딸과 손자 손녀, 수많은 하객들에 둘러싸여 축하 인사를 받는 노부부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부부들의 가슴에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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