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바라보듯/너도 나를 보네/네가 나를 바라보듯/나도 너를 보네/너와 나안의 설렘/마주치는 황혼…」
시인 박두진씨는「난 사랑 너」 라는 시에서 난의 향기, 난의 그윽한 모습을 이렇게 읊은 적이 있지만 대전 문창동본당 백승옥 신부는 「산 난 그리고 사랑」이란 말로 난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
산에 갔더니 난이 있었고 그 난에서 참사랑의 모습을 배웠다고 이 말을 설명하는 백승옥 신부(대전 문창동본당 주임). 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현재, 예측을 불허하는 변이, 꽃의 아름다움, 강한 번식력, 생존력 등 난에 대한 예찬은 말로 전하기 부족할 따름이지만 백신부에게 있어서 남은 애기 키우듯 돌볼 때 그 난이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에게도 끊임없는 관심, 이해.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대상이다.
백신부가 난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그 이전에도 난의 모습과 얘기들을 보고 듣곤 했지만 사람들이 난을 처음 볼 때 부추를 닮은 풀포기로 여기기 쉽듯 당시에는 「지저분하니 치우라」고 할 만큼 문외한이었다고 백신부는 밝힌다.
마침 주위에는 「꾼」이라 할 만큼 난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처음 난을 캐러 산행을 갔던 날 백신부는 난을 발견 자기 손으로 직접 캐오는 기쁨을 맛보았다. 이때부터 백신부의 난에 대한 관심은 가속도가 불기 시작했다.
난을 기르는데 있어서의 묘미는 무엇보다 직접 산에 가서 캐온 「산채」를 돌보고 가꾸는데 있다고 한다. 백신부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난은 1백30여분 정도. 이중 대부분이 산에서 직접 캐온 것이고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은 몇분 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요일이 되면 장비를 챙겨들고 난을 캐러 나가곤 한다는 백신부는『육체적인 건강도 건강이지만 난을 가까이 하면서 심선이 안정되고 난을 찾는 기쁨에 마음을 모을 수 있어 잡념이 없어지는 등 정신건강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식물하나에도 이렇듯 정성이 들어가는데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보다 더 큰 인내를 필요로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백신부는 『변이라고 하는 기형의 혹(싹)이 나왔을 때 더 정성을 쏟아 기르듯이 사람들의 부족한 모습들도 그대로 인정하며 관심을 주어야 함을 난을 기르며 새삼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난을 기르면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난에서 새촉 (새싹)이 나왔을 때와 산에서 변이종 난을 발견했을 때라고 그 순간은 기쁨 못지않게 신비감ㆍ생명감마저 들 정도라고 밝히는 백신부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캘 때 같이 난을 찾을 때도 욕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임해야 난이 눈에 뜨이는 것 같더라며 웃는다.
절대로 난을「키운다」고 말하지 않고 「기르고 돌본다」 고 얘기하는 백신부는 그동안「님보러간다」고 할 만큼 난에 심취했었다며 『난도 좋지만 이러한 마음을 사람에게로 확장시켜 사람사랑에 더 치중해야겠다』고 말을 맺는다. 본당신부의 건강을 염려, 난 기르기를 전폭적으로 이해해준 신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이면서.
[취미와 건강] 대전 백승옥 신부 난 기르기
“지속적 사랑 인내가 필요”
심신안정ㆍ정신건강에 도움 커
2년전 건강위해 등산…난과 인연맺어
현 1백30여분 소장, 인간애ㆍ끈기도 배워
발행일1992-11-01 [제1828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