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나약하기 짝이없는 미천한 나를 한국으로 부르셔서 한알의 밀알로 살아가도록 명하셨습니다』
1959년 12월 8일 29세의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입국, 33년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은밀한 사랑을 펼쳐온 마산교구 사회복지 사업의 대모 하 마리아 여사(본명ㆍHeissenbger Maria)가 건강악화로 10월 1일 본국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타향만리서 사회복지사업에 헌신한 하 마리아 여사는 귀국을 앞두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한알의 밀알이 열매를 맺으려면 낱알이 온전히 썩어야하듯 하느님께서는 낱알보다 못한 저를 도구로 쓰셨을뿐 내가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겸손해했다.
마산교구 사회복지사업은 하 마리아 여사와 궤를 같이한다 할 정도로 사회복지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하마리아 여사의 행적은 1977년 5월 5ㆍ16 민족상 사회부문 수상, 1989년 3월 24일 제1회 복십자대상 봉사 부문상 수상, 1991년 10월 5일 마산교구 설정 25주년 기념대회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십자훈장 수상 등의 수상경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구대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조자로 효성여대 독일어 강사를 역임한 바있는 하 마리아 여사는 6ㆍ25 종전 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하 여사는 불우한 구두닦이 소년 16명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먹을 것이 없어 굶기 일쑤였고 외국의 구호품으로 끼니를 이어야 했던 하여사는 구두닦이 소년들과 함께 설탕물로 주린배를 채우며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 왔다.
처음에는 국내실정을 잘몰라 구두닦이들의 왕초가 몰려와 곤욕을 치르기도했다는 하여사는『그때 16명의 소년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영신적인 어머니로서의 사랑과 정을 체험하게 된다』고 했다.
1962년 SOS 어린이마을을 창설, 8년간 원장직을 역임한 하 마리아 여사는 1965년 마산교구 설정당시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으로「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조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1968년 가포 국립병원에서 환우들을 돌보며 복음을 전파했던 하 마리아 여사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당시 무연고 결핵중환자가 마지막 희망으로 가포국립병원을 찾았으나 입원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원이 거절돼 병원 뒷산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고만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하 여사는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가장 나약하고 불우한 이웃이 한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고국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1975년 진영 결핵요양소를 건립한 하 마리아 여사는「결핵환우들의 어머니」로 살아오면서 따뜻한 사랑을 펼쳐왔다.
『시작은 오스트리아인이 했지만 한국인들과 함께 했기에 나는 하나의 도구로 일해왔다』는 하 마리아 여사는 본국인 후배양성에도 전력 마산교구 사회복지사업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근대화로 인한 근로여성들의 교육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1976년 3월 하 마리아 여사는 마산수출자유지역 근로여성들을 위한 마산 가톨릭여성회관을 설립 마창지역 근로여성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러한 다양하고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하 마리아 여사는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사회복지 사업은 수적ㆍ외적인 면에 치우치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게 된다』고 말하고『한사람 한사람이 하느님을 알아가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복지사업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로 귀국, 고향의 노인복지아파트서 선교사로 활동하여 여생을 보낼 예정인 하 마리아 여사는『1965년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조자로 입적된 만큼 오스트리아서 한국의 얼을 심는 선교사로서 충실히 살아갈 것』이라면서『33년간의 한국생활은 나의 생을 충만하게 했으며 더 이상의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하다』는 말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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