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한모(梁漢模ㆍ아우구스띠노) 선생은 시대를 앞서간 평신도였다. 한발 앞서 시대를 내다보고 한걸음 먼저 내일의 교회와 평신도를 생각했던 고인은 앞선 사고와 선구자적인 행동으로 교회와 신도를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자 했다. 미래 지향적인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으나 때론 도전을 받기도 했다.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 제2고보(경복중 전신) 시절 공산주의 운동에 가담한 고인의 삶은 세상과의 공식적인 만남에서부터 평범하지가 못한 셈이 됐다.
공산주의 사상에서 탈출, 전향으로 이어진 그의 삶은 68년 정의채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새로운 탄생을 경험하기까지 엄청난 굴곡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공산주의자로 정열을 불태웠던 고인은 영세후 이를 만회하고 참회라도 하듯 무서운 욕심으로 신앙에 매달렸다. 그는 1971년 가톨릭대학에 청강생으로 등록, 전과정을 제대로 공부한 첫번째 평신도가 되었다. 「공부하는 평신도」는 그때부터 그의 단골 강의주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기간중에 고인은 한국교회사연구소 후원회 초대회장으로, 가톨릭출판사 부사장으로 교회일에 직접 발을 담그게 되었고 마침내 크리스찬 사상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 무렵 결성된 한국 평신도 사도직협의회에 그의 대부였던 고 현석호 선생과 함께 참여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쳐온 고인은 80년대 들어 한국교회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기념행사에 깊숙이 참여하게 된다.
당시 기획단계에서부터 실무책임자 오태순 신부와 한팀을 이루었던 고인의 활약은 84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와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노구를 이끌 며 회의에 참가하던 그의 진지한 모습은 후배 평신도들에게 그 자체로서 교훈이 되기도 했다.
젊은이들을 사랑하고 후배 평신도들을 몹시도 아끼던 그는 한국의 평신도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와 하면서 입버릇처럼 공부할 것을 촉구했으며 그 스스로는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를 통해 불모지 이 땅에 신도신학이라는 분야를 일으켜 세웠다.
68년「제3세력의 본질론」을 필두로「복음과 사회와 교회」「신도론」「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생각한다」「교회와 공산주의」「민족통일과 한국천주교회」「조국은 하나였다」「신도, 그 하찮은 존재인가」 등의 저서를 왕성한 집필력으로 계속 출간한 그는 선종 바로 한달전 그의 자서전「마르크스에서 그리스도에로」를 펴냈다. 자신의 때를 예감한 때문인가 고인은 그의 유고집이된 자서전 간행을 몹시도 서둘렀다고 부인 홍윤숙 여사는 안타까와 했다.
생명이 허락하는 날까지 한국의 신도신학을 정립하고 민족의 통일과 교회의 재결합을 위해 투신할 것을 다짐해온 고 양한모 선생. 결국 그는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그리스도신앙을 그의 삶의 종착점으로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그는 격동의 시대를 살며 겪어야 했던 고통의 삶을 그리스도 신앙으로 승화시킨 이 땅의 평신도였다. 눈감는 날까지 집필과 연구작업으로 자신을 소모시킨 그는 진정 공부하는 평신도였다. 그는 우리에게 그가 못다이룬 신도신학을 마무리하라는 커다란 숙제를 유언으로 남겨주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