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13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 인구와 개발회의는 교황청과 미국 간의 첨예한 입장 대립 끝에 교황청의 입장에 절대다수 국가의 찬동으로 84년 제2차 멕시코 회의 결의안을 재확인,「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는 가족계획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천명했다.
가톨릭의대 맹광호 교수와 함께 한국 주교회의 대표로 이번 인구회의에 참석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열섭 신부로부터 카이로회의의 주요 쟁점과 성과 한국 정부의 입장, 이번 회의 결과를 통해서 본 한국 교회의 대처 방안들에 대해 고견을 들어본다.
-카이로 인구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카이로 인구회의의 주요 쟁점은 교황청이 지난해 4월 마지막 회기인 제3차 카이로회의 준비 회기 때 회의 초안에 84년도 멕시코 회의 결정 결의안인「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는 가족계획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왜 빠졌는가 강력히 반발하면서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교황청의 반대로 준비 회기 대표들은 이 내용을 본회의에 유보했고 이번 본회의에서 미국은『낙태를 산아제한의 한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교황청은『낙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력히 대립했습니다.
본회의에서 미국의 고어 부통령은『미국 정부는 낙태를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많은 산모들을 위한 안전한 낙태가 보장, 허용되는 것을 원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고어 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여러 국가 대표들에 의해『미국 정부가 이미 오래 전부터 각국에 파견된 대사들을 통해 낙태가 여성의 기본권으로 인정되도록 로비활동을 지시한 것』이 폭로됨에 따라『미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라고 비난 받았습니다.
이번 인구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교황청의 입장에 일반 선진국과 제3세계 국가뿐 아니라 회교 국가들도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했다는 점입니다.
-카이로 인구회의의 성과와 미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을 지적하시겠습니까?
▲이번 인구회의의 성과는 이미 언급한 대로『낙태를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회의 결의문 안에 미국의 주장이 실린『낙태가 이미 법으로 허용된 나라에서는 낙태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삽입되고「출산 건강」「출산 권리」「안전한 산모 역」등의 표현이 그대로 남게 된 것이 불만족스럽습니다.
이러한 결의문 내용과 표현들은 암암리에 낙태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교황청이 이번 인구회의 동안 낙태문제에 강력히 대처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요구대로 유엔 차원에서 낙태를 규제하는 나라에 이를 허용하도록 압력을 가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그토록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74년도에 작성된 미국의 제3세계 국가 인구억제 지원정책에 관한 비밀문건 MSSM-200을 보면 그 첫째 이유로「미국의 정치 경제 영향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일부 국가의 표현대로 미국은 제3세계 국가들을 피임 식민주의에 입각해 정치 경제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진정 저개발국의 경제 개발을 돕기 원한다면 산아정책을 쓰지 않고 개발을 지원해야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부 선진국들이 자국 국민들에게는 인구증가정책을 펼치면서 저개발 국가에는 개발을 명목으로 인구 억제를 강요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카이로 인구회의에 참석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떠했는지요?
▲정부 대표 연설한 서상목 보사부 장관은 이미 한국은 60년대부터 가족계획사업에 성공한 국가라고 말하면서 개도국들은 한국을 산아정책에 있어 모범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 개발을 가져온 것이 인구억제정책 때문에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또 윤리 도덕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상황을 단순히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고 개도국의 모범이 될 수 있는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카이로 회의를 계기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이번 회의를 통해 교회의 가르침이 일반 가정과 부부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대로 자연적인 가족계획법이 더욱 홍보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 나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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