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의 생명 모두를 사진에 담는 것이 필생의 욕망입니다』.
국내 최초의 생태사진작가 석동일씨(에밀니아노ㆍ43).
그는 한송이 들꽃의 기지개와 하루살이 날벌레의 하품을 한장의 사진에 담고자 산과 바다, 들녘과 습지를 내집 드나들 듯 살고 있는 야전사령관이다.
16년 전 1976년 히말라야 등반을 꿈꾸던 산악인인 그가 우연찮게 충북 단양의 노동굴에 발을 디디면서 생태사진가로서의 운영적 삶이 시작했다.
동굴에 들어선 순간 거대한 암실과도 같은 완벽한 암흑과 정적이 그를 압도했던 것이다. 손전등 불빛따라 드러내는 동굴의 속살에 망연자실한 그는 태초 이래의 순결한 그 모습을 담고자 이 카메라 셔트를 눌러댔다.
수천, 수만 가지의 자태를 뽐내는 종유석에 반한 그는 어느덧 동굴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각설이가 되었고 그 낭인생활은 12년이 지나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동굴탐사중「발견은 곧 훼손」이라는 자연등식을 깨달은 그는 동굴보존을 위해 수백만 원의 빚을 안고 자비로 8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동굴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시회를 연 그는 테마 주제마저「동굴은 살아야 한다」라고 정했었다.
한국 동굴의 비경과 함께 훼손의 참경을 함께 고발한 그의 전시회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세계각지에서 그의 동굴사진 전시회를 요청해 왔고 문화재 관리국은 더 이상 동물 개방을 허용하지 않았다.
동굴 발표 후 생태계 보존의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 그는 학계에서도 고증되지 못한 생태계 고리를 전문적으로 사진앵글에 담고자 결심했다.
혼이 깃든 12년의 동굴 작업을「한국의 동굴」이란 한 권의 책으로 엮은 후 곧장 버섯 생태 촬영에 들어간 그는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국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종의 버섯포자류를 탐사한 그는 한자리에서 미기록 종 10여종을 발견하는 행운도 안았다.
『버섯은 포자를 확인해야만 그 품종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진과 함께 학문적 분류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는 그는『뜻있는 학자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한 생물학도의 불타는 열정으로 이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버섯도감을 출판한 후 내년부터 서울대 해양학과 고철환교수팀과 바닷가 생물을 탐사할 계획이라는 석동일씨는『생태계보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중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의 신비, 생명의 숭고함을 체험하기 위해선 자연의 현장에서 생명의 활동력을 체험하라』는 그는 비오는 궂은 날도 어김없이 비젖은 나비의 날개깃을 앵글에 담고자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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