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0일~8월 1일 진행된 포르치운쿨라 행진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주교회의 성지사목소위원회 전국도보순례 단장 제공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관구장 호명환 신부)는 7월 20일~8월 1일 12박13일간 ‘프란치스코처럼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선포한다’를 주제로 2017년 포르치운쿨라(Porziuncula) 행진을 진행했다.
이 행진은 가난한 형제애와 같은 프란치스칸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이탈리아 포르치운쿨라 성당을 향해 가는 순례에서 비롯됐으며 매년 8월 2일 포르치운쿨라 축일을 기념해 진행된다. 포르치운쿨라 성당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수도회를 설립하고 발전시킨 곳이다.
올해는 ‘생명과 평화 증진’, ‘에너지 절약’, ‘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 사용 축소’ 등을 목표로 행진했다.
주최 측은 신규 원자력·화력 발전소 건설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원도 삼척과 최근 가동을 중단한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 사이를 행진 경로로 정했다. 이 경로에는 울진의 한울원자력발전소, 경주의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다.
행진 4일차 한울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한 참가자들은 마을 이장으로부터 핵발전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7월 26일 7일차 6·25전쟁 정전협정일을 즈음해서는 사드배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를 찾아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위한 미사’에 참례했다.
7월 28일엔 월성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방사능 피해자 가족을 만나 핵발전소의 폐해를 절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옥현진 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위원장)는 미사를 주례하며 “하느님을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믿음”이라는 내용의 강론을 했다.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진행한 김찬선 신부(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에너지를 주제로 이번 행진을 기획했다. 에너지 문제가 드러나는 현장을 방문해 전문가,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배움의 길이었으며, 그럼으로써 현지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의 길이었다. 또 앞으로 에너지 절약을 결심하는 다짐의 길이었다”며 이번 행진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포르치운쿨라 행진은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2015년부터는 가톨릭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행진을 개방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