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호는 3학년 꼬마다. 위로 두 형이 졸업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잘 놀고, 인사도 잘한다. 지난 방학 중의 일이다. 혼자서 일찍 학교에 나왔다. 학년수련회의 날짜를 잘못 안 것이다. 이용 나왔으니 책이나 좀 읽다가 가라고, 「새로나온 책장」에서 동시집 하나를 안기고. 좋아하는 시 하나를 골라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아이들은 어른이 쓰는 동시를 얼마나 이해하는 것일까, 실제로 얼마나 좋아는 것일까…
의호는 잠시 의자에 앉아 시집을 읽었다. 그러다가. 『아. 알았다!』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도대체 알아들었을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물었다. 의호는 어렵지않게 대답했다. 『하늘이 옹달샘에 비치니까, 송사리떼가 하늘을 맴돈다고 한 거예요.』나는 은근히 놀라서 시집을 달래서 읽어보았다. 『잽싸게 모여든 송사리떼/쬐만 물방울 입에 물고/옹달샘을 맴돈다/신나게 하늘을 맴돈다.』아! 내가 읽었다면 이 부분을 그냥 놓치지 않았을까? 이 아이들이 시를 쓴다면 얼마나 훌륭한 시들이 나올까! 그 다음은 더 일품이다. 『그러니까, 샘물을 마시면 구름을 마시는 거예요.』 음, 이 꼬마 봐라! 그까만 눈동자는 그러니까 이런 시심을 말했구나!
『의호야, 집에 가면, 편지 좀 하렴.』일주일 후, 편지가 왔다. 백만불 짜리. 『천동 번개가 쳤을 때 어땠었나요? 나는 아빠에게 달려갔었어요. 그러나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알았지요? 지구 사람 모두 천동번개가 치면 깜짝 놀랄 거예요. 저는 수녀님의 눈빛과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하, 참!
의호는 개신교 신자인 저희 어머니를 「예비신자」 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기는 꼭 본명을 받겠다고 한다. 이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의 꿈을 읽을 수 있는 시간에, 나는 다시 그들이 만들 밝고 놀라운 미래를 꿈꾼다. 그 미래의 현실화를 위한 나날의 노력은 우리의 기꺼운 일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