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주교님! 아직도 당신의 모습은 우리 교구 신자들과 사제들 영상 속에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5일간 주교님의 시신을 찾아와 애도의 기도를 드린 이들의 모습과 당신의 선종을 보도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 주교님은 우리 원주교구의 큰 목자이기도 했지만, 어두운 현대사회에 너무나도 큰 빛이었습니다.
「독재와 맞선 십자가의 길」, 「군사정권 시대에 저항의 상징」, 「민주회복과 인권회복의 선구자」,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산 한평생」, 「가톨릭교회의 현실참여 운동의 선구자」, 「정의구현 사제단을 탄생시킨 사제」이와 같은 주요 일간지의 제목과 애도기사들은 주교님의 삶의 모습이고, 흔적으로서 복음의 산 증인이셨습니다.
72년간의 일생, 41년간의 사제직, 28년간의 교구장직! 민족분단의 비극인 6·25전쟁 중에 시작한 당신의 사제직은 한마디로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암울했던 독재시대에 정의와 인권회복 운동과 소외계층에 투신함으로써 때로는 기득권층과 교회내부로부터도 큰 저항과 반대를 받으셨지요. 그때마다 당신은 강한 의지와 결단력으로 교구 사제들을 지도하셨지요! 그러기에 당신은 분단의 아픔 속에서 당하신 7개월간의 옥살이, 유신독재 하에서 받으신 7개월간의 옥살이! 이 징역살이 사제직은 한국 주교님들 중에서 유일한 전과기록이기도 하죠. 또한 당신은 한국의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교구의 교구장으로서 짙은 고뇌 속에서 교구의 발전과 현실 속에 “빛”이 되도록 몸부림치시는 삶의 연속이셨습니다.
다니엘 주교님! 수년전 교구 사제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나는 독재정권과 싸워야 하고, 내 병고와도 싸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난한 교구이기에 일을 하자니 돈도 없고, 사제들도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 신부들의 일치단결된 모습이 가장 큰 힘이다』
다니엘 주교님! 많은 이들이 당신을 성격이 강하며 인정이 없으신 분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가끔 해외출장 시에 당신은 교구 내 신부님 한 분에게 아낌과 사랑의 엽서를 보내셨고 골롬반 신부님들의 고향집을 찾아가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그렇게 미워하시던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듣고, 분향소에 찾아가신 것이나 살인자라고 규탄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 유배생활에 찾아가서 위로해주시던 모습은, 죄를 미워했지 인간을 미워하지 않으신 덕인의 모습이셨습니다.
오랜 투병 중에서도 교구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안고, 『남천동 성당은 내가 가서 축성해야지…』하시면서 앙상한 손으로 저의 손을 잡고 간원하시던 모습은 참 목자의 위상이셨습니다.
다니엘 주교님! 이제는 당신의 긴 생애의 멍에와 십자가를 벗으시고 영원한 안식에 잠드십시오. 생전에 당신의 후계자로 선정하신 김 야고보 주교님이 계십니다. 우리 60명의 교구 사제들은 김 주교님을 모시고 당신의 사목지표였던『빛이 되라』는 주님 말씀에 따라 교회와 이사회 안에 소명을 다하도록 매진하겠습니다. 배론성지 통일기원 동산 위에 안치한 당신의 묘소에 자주 찾아가 성묘하면서 당신의 얼을 나누겠습니다. 이 사회 속에 「빛」이 되는 도구가 되겠습니다.
『다니엘 주교님!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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