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벌려,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음소리를 직접 듣고 사셨던 한국교회의 큰 별 지학순 주교. 40년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다 가나안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 모세와 같이 만 40년 동안 참 목자로서의 남다른 생애(生涯)를 살아온 지학순 주교가 현세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지학순 주교가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날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조문객들은 고인의 유덕을 기리며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김지하씨 등 미사참석
○…16m일 장례미사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이부영 의원과 전 국민당 총무 김정남 의원 등이 맨 앞자리에 앉아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미사에 참례했으며 마당에는 시인이자 재야 운동가인 김지하씨가 일찍부터 나와 있었다. 가수 인순이씨도 장례미사에 참례 눈길을 끌었다.
○…고인의 영결식장에는 한국 내 유일한 혈족인 친동생 지학삼(64세)씨 가족만이 유가족석에 앉았는데 그는 영결미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특히 지 주교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생 용화씨를 상봉했던 사실을 얘기할 땐 복받치는 설움과 회한을 참지 못하는 듯 오열했다.
○…영결미사가 끝나고 고별식에서는 주교단을 대표한 윤공희 대주교와 사제단 대표 김병상 신부(인천 남동본당) 평신도 대표 백주현 원주평협 회장, 강원도민 대표 함종한 강원지사 등이 차례로 나서 의인으로 살다간 지학순 주교와의 아쉬운 작별을 고하자 성당 안에 가득찼던 일부 신자들은 가시는 님을 놓고 싶지 않은 듯 울먹이기 시작.
12일 0시40분 선종
○…지학순 주교의 정확한 선종 시간은 3월12일 0시40분. 선종하기 1시간 전 지 주교를 간호하고 있던 윤 요안나 수녀(미리내 성삼수녀회)는 지 주교의 병세가 심상치 않자 원주교구 김지석 주교에게 급히 연락, 원주를 출발하도록 하고 본원에도 연락을 취해 지 주교가 선종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했다. 김지석 주교가 서울로 오고 있던 중 지 주교는 당직 의사와 간호사, 윤 수녀 등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매 시간마다 미사봉헌
○…12일부터 매시간마다 미사가 봉헌됐으며 지 주교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행렬과 연도객이 줄을 잇기 시작, 이어지는 조문 행렬에서 지 주교가 평소 한국교회와 지역사회에 끼친 공로와 영향력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장례식에는 조화를 일체 받지 않기로 했으나 미리 제작해서 들어오는 조화들을 막지 못해 결국 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김대통령 조화
○…이번 지 주교의 장례식에는 각계 각층에서 보내온 수많은 조화 조전 등이 접수됐는데, 그 중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전두환 전대통령, 김대중씨, 국회의원, 국무위원, 본사 최현철 사장신부 등을 비롯한 각 언론사 대표 등의 조화가 눈길을 끌기도.
민주화의 기수 추도
○…함께 정의구현 활동으로 남다른 친분이 있었던 김병상 신부는 사제단을 대표한 추도사에서『지학순 주교는 사제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중삼중의 질곡을 걸어가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현하신 분』이라며『무엇보다도 지 주교님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기수로서 미래의 출구를 여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운구차량 3km이어져
○…장례미사가 끝나고 운구행렬이 원동성당을 출발, 장지인 배론성지로 떠날 때는 원동성당과 가톨릭센터 일대 도로가 완전 차단되는 등 수많은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
특히 운구행렬은 경찰 호위차량을 선두로 군악대, 지 주교 영정, 운구차량, 장례위원 차량, 일반신자 차량 순으로 약 3m가량 이어졌는데 연도의 많은 시민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지막 가는 지 주교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장례 참석자 식사 대접
○…지 주교가 안장된 배론성지가 태백산맥의 본류 때문인지 장지의 날씨가 매우 쌀쌀했음에도 불구, 원주교구 제천지구 남천동본당을 비롯한 4개 본당 여성신자 50여 명이 나와 장례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 아침식사도 거른 채 멀리에서 찾아온 신자들의 마음을 녹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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