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할머니 한분이 미사예물 봉투을 들고 찾아오셨다.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미사를 신청하게 되어 있는데 이 할머니는 신부님을 직접 만나겠다고 들어오셨다. 나는 할머니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오셨으리라고 생각하고『할머니 무슨 일이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봉투를 건네주며 약간 불만이 섞인 말투로『이번에는 미사 좀 잘드려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동안 천주교회 서는 별 재미 못 봤어요』. 할머니의 말 내용으로 보아 천주교 신자라고는 하지만 여러번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소위 말하는 푸닥거리나 철학관에도 다닌 것 같다. 그리고 나서 할머니는 음성을 낮추어『우리 아들이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 집에서 쉬고 있어요. 빨리 좋은 자리로 가서 일하도록 기도 잘 해 주세요!』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시는 할머니께 미사예물 봉투를 다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 치솟았다. 미사 후에도 할머니의 아들이 취직이 안되고 계속 실업자로 지내면 할머니가 얼마나 크게 실망하실까를 생각하니 몹시 마음이 무거웠다.
하느님은 우리를 자녀 이상으로 사랑하시고 또 우리는 하느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사람들이므로 무엇을 청하는 기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하느님을 좋은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등 기도가 인격적인 관계로 이루어 지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거리에 많이 놓여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콜라나 커피 담배 등 필요한 것을 찾아 버튼을 누르면 금방 원하는 것이 나오는 기계처럼 기도를 너무 문제를 해결하거나 복음 얻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유명한 선교사 한 분이 한국 신자들의 좋은 신앙심을 칭찬하면서도 신자들이 하느님을 인격적이 아닌 비인격적인 신처럼 떠 받드는 것때문에 한국에는 열심한 신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신앙인들이 적은 것 같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