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희 대주교 추도사 요약
「교회사회 참여」실천한 선각자
존경하는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
이제 주교님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하직인사를 드려야 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주교님! 그동안 너무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주님 안에 평안히 쉬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주님의 성령 안에서 주교님과의 통교가 이루어짐을 믿을 뿐 주교님을 다시 뵈올 수도 없고 주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주교님께 대한 우리의 미련과 아쉬움과 그리움이 이 마지막 하직인사를 빠뜨릴 수 없게 합니다.
주교님은 참으로 고생이 많은 한 평생을 사셨습니다. 병환으로 인해 소신학교 생활을 중단해야 했고 로마유학을 마칠 무렵 나타난 당뇨병은 주교님의 일생동안 떨쳐 버릴 수 없는 지병으로 주교님을 괴롭혔습니다. 또한 이북의 신학교가 몰수 되어 윌남하려다가 두 번이나 실패해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또 주교로서 이 사회의 구조적 악을 고발하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사목적 노력을 기울인 것이 오히려 영어의 몸으로 박해를 받는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교님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고통과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목자가 되신 후에도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연대를 몸으로 느끼고 나눌 수 있는 분이 되셨습니다.
지 주교님은 소외된 인간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 사랑의 실천을 존중하셨을 뿐만 아니라 인간 소외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는 사회적 죄악을 고발하고 그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셨습니다.
박해를 무릅쓰고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며 정의의 구현을 위한 사회활동을 벌임으로써 이 시대의 빛이고 우리 교회의 사회참여를 위한 선각자의 구실을 훌륭히 해내셨습니다. 부패한 권력과 구조의 비호속에 안주하려는 우리들의 타성을 깨뜨리고 이 사회현장 속에서 복음적 증거를 선도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시기 위해 주교님은 십자가를 먼저 지고 나섰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세상을 떠나 주님께로 돌아가시는 지 주교님을 보내드리며 어떤 의미든 이 시대 우리 겨레의 고통과 시련을 대표하신 한 목자를 여의는 한과 슬픔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믿음 안에서 위안과 힘을 얻습니다. 지 주교님의 고통이 끝나고 주님 품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게 됨을 믿으니 우리는 위로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지학순 주교님! 부디 아버지 하느님의 품안에 평안히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아멘.
◆ 김수환 추기경 강론 요약
독재에 맞서 십자가길 걸어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평소에 사랑하고 존경하던 목자를 잃고 슬퍼하는 원주 교구민 여러분에게 또한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지 주교님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여러 언론 매체들은 「독재에 맞서 싸운 십자가의 길」「민주의 새벽을 연 성직자」로 지 주교님의 생애를 비교적 소상히 보도하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추도를 접하면서 새삼 70~80년대에 이르는 그 암울했던 시기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어둡고 답답한 시대에 우리 사회가 보다 정의롭고, 인간답고 아름다운 복지사회로 변화될 수 있도록「노력할 뿐 아니라 이를 저해하는 독재체제 및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듯이 결연히 일어섰던 지 주교님의 모습, 저 유명한 양심선언과 연이은 구속, 투옥의 그 모든 아픈 일들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 주교님의 생애를 돌이키면서 이분의 삶을 지배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하고 묻는다면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 나라와 겨레에 대한 애국애족심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 주교님의 유신독재 항거는 참으로 남달리 강하게 지니셨던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지 주교님은 고통받는 이가 누구이든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치 못한 성품이었습니다. 그만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에 대한 연민의 정이 컸습니다. 그러므로 가난과 고통이 본인의 탓이라기보다 억압정치와 구조악에서 오는 것일 때 지 주교님의 의분은 불과 같았고 개혁을 위해 결연히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 주교님이 교구 신설과 함께 초대교구장로 서품된 1965년 당시의 원주교구는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하였습니다. 이런 메마른 땅에서 지 주교님은 교회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샘터가 되게 하였습니다. 주교님은 복음선교와 아울러 교육 의료사업 농어민과 광부를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일으키셨고 어느 교구보다도 먼저 가톨릭 문화센터와 방송국을 설립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역시 지 주교님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믿고 따름으로써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이들에게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혜를 선포하는 신자,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여, 당신의 종 지학순 다니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으로 저를 비추어 주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