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 운동 사상 첫「양심 선언자」이며 독재에 항거한 민주인사로 널리 알려진 원주 교구장 지학순(다니엘) 주교가 3월12일 0시40분경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지병인 당뇨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2세.
<관계기사 3ㆍ5ㆍ15면>
지 주교는 지난 91년 12월18일 지병인 당뇨ㆍ신장병 합병증세로 강남 성모병원에 처음 입원한 후로 입ㆍ퇴원을 거듭하며 치료를 받아 왔는데 지난해 8월4일 이 병원에 재입원, 투병생활을 해오다 지난달 6일 심한 호흡기 장애로 의식을 잃고 위독상태에 빠졌었다.
12일 새벽 병원 측으로 임종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한 김지석 주교는 사회선교국장 백승치 신부, 동생 지하삼씨(바실리오ㆍ64)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으나 이미 지 주교는 숨을 거둔 뒤였다.
4시10분경 지 주교의 시신을 모시고 주교좌 원동성당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교육관 3층에 빈소를 마련하고, 이날 오전 10시 임시 사제총회를 열어 장례준비위원회(위원장=김지석 주교)를 구성하는 등 장례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언론을 통해 지 주교 선종소식이 전해지자 빈소에는 12일 이른 아침부터 연도를 바치려는 신자들이 줄을 이었으며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토마스)씨, 이민섭 문화체육부 장관,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한국평협 등 각계 인사 및 기관에서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지학순 주교의 영결미사는 16일 오전 10시 원주교구 주교좌 원동성당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교구장 재임 28년 동안 원주교구와 지역사회 문화발전에 기틀을 놓고 이 땅의 민주화 운동에 실질적인 불을 당겼던 지학순 주교의 영결미사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주교회의 의장 김남수 주교 주한 교황대사 블라이티스 대주교 윤공희 대주교 이문희 대주교 등 한국 주교단과 원주교구 사제단을 포함한 1백여 명의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이날 이른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온 신자들이 성당을 메우기 시작, 미사 1시간 전에 성당 내부는 꽉 찼으며, 장례준비위원회 측은 장내 혼잡을 우려, 6백여 명만 입장토록하고 입장 못한 2천여 신자들은 마당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영결미사 및 고별식에 참여했다.
미사 후 주교회의 의장 김남수 주교 주례의 고별식에서는 주교단과 유가족, 수도자, 평신도 대표의 분향에 이어 박호영 신부(원주교구 사무처장)가 지학순 주교의 약력을 소개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추도사를 한 김병상 신부는『지 주교님은 가장 인간적인 삶을 통해 가장 사제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고 가셨다』면서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통일과 가족과의 만남을 하늘나라에서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했다.
평신도를 대표한 원주교구 평협 백주현 회장은『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신 주교님의 삶은 곧 순교자의 삶이었다』고 회상하연서『우리도 나누고 베풀고 사랑함으로써 주교님이 늘 강조하시던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회를 이루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고별식이 끝난 후 지 주교의 유해를 모신 운구 행렬은 1군 사령부 군악대의 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당을 빠져나가 연도의 신자 시민들의 마지막 전송을 받으며 충북 제천 배론성지 내 교구 성직자묘역으로 향했다.
오후 1시40분경부터 시작된 하관예절은 김지석 주교 주례로 거행됐는데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고, 이를 지켜보는 신자들도 연도를 바치면서 마지막 가시는 목자의 명복을 빌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3월18일 오전 10시 배론성지에서는 교구장 김지석 주교 주례,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상우미사가 봉헌됐다.
한편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서거로 공석이 된 원주교구장좌는『교구장좌가 공석이면 그 즉시 부주교는 합법적으로 취임했을 경우 선임되어 있던 교구의 주교가 된다』는 교회법 제409조에 의거 김지석 부주교가 자동 승계하게 된다.
김지석 주교는 지난 90년 11월28일 원주교구장 승계권을 지닌 부주교로 임명됐었다. 김지석 주교의 교구장 착좌식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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