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요란한 소리가 깊이 잠들었던 나를 깨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시계소리 인가? 얼른 시계를 집어 들고 보아도 모르겠다. 잠에 취해 있는데다가 깜깜한데 뭐가 보여야 말이지. 그리고 내 시계는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시계인데 소리가 다른 곳에서 나는 모양이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전화가 걸려오는 소리다. 황급히 수화기를 들면서 『여보세요』하고 응답을 하는데 미처 『요』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소리가 『오늘 미사 몇 시에 있어요?』한다.
그제서야 시계를 보니 아침 다섯시다. 내 시계를 다섯시 십오분에 울리도록 맞추어 놓고 있다. 그런데 그 날은 주일이었다. 아마도 이사한지 얼마 안 된 신자일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리 섭섭하던지. 무슨 인사 한 마디라도 하고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렇지만 그나마도 다행이 아닌가?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주일을 지키지 않는 신자보다야 낫다는 생각으로 다른 소리 안하고 주일미사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전화를 「톡」 끊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낮에 시간 좀 내서 미리 알아볼 것이지』 하고 속으로 웅얼거리면서 원망을 해보기도 한다. 어떤 때는 미사시간을 묻는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주일미사와 평일미사의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응답기를 설치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본당 신부니까 최대한 신자들의 편의를 돌보아야 하지만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닌가?』 『어째서 남들도 다 지키는 전화예절 하나도 자기 본당 신부에게 지키지 않는 것일까? 참 걱정되게 만드는구먼!』
나는 사목자이니까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면서 사목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야 되겠는가? 이렇게 한번 외치고 싶다.
『서로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열심합시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박대웅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수원교구 성남 수진동본당 주임 윤용배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