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시문제 도난사건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대학입시 부정사건에 우리 모두가 휘말렸다. 누가 제일 나쁜 건지 - 교육자, 부모, 또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고등교육기관의 학생 또 거기에 들고자 하는 당사자의 묵시적 동의… 이 일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근본적인 것은 내 것이 아닌 성과를 갖겠다는 것과 다른 것을 지불하고 그 성과를 가로채겠다는 마음이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짧은 순간의 판단 잘못이었거나 할 수 있고 또한 우리 누구도 그럴지도 모른다.
어느날 급한 일로 택시를 탔다. 그런데 얘기 끝에 그 기사분이 요즘 아들이 직장을 그만 두겠다고 해서 걱정이라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직했는데 일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대학 나온 사람과 너무나 월급이 차이가 나서 못 다니겠다고 하기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두어라. 그러나 네가 말한 이유는 이유가 안 된다. 잘 생각해보자 대학을 나오려면 4년이란 시간과 천만 원 정도는 드는데 그것에 들은 시간과 돈을 이자 놓았을 때 얻는 만큼은 더 받아야 대학을 다닐 것 아니냐』라고 아버지로서 얼마나 가슴 아픈 대답이었을까. 택시에서 내리면서, 『아드님은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겁니다』라고 말했다.
무척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내가 자랄때 어머니는 늘 이러셨다. 『얘야, 뱁새가 황새 걸음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 그러면서도 주저앉거나 나태하기를 용납하시지 않으셨다. 『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 아끼지 마라』라고 하셨다. 이 두 가지 서로 어긋날 것도 같은 말속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되 성과를 훔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칭찬받지도 않았고 내가 한 것보다 많은 보상도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니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땐 더욱 분노하기도 했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은 분이기에 오늘날 대학의 선생인 나로 하여금 더욱 애절하게 생각하게 하는 어머니 제가 이 세상에서 참 많이도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며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어머니 덕이라 내가 하지 않은, 할 수도 없는 것에 대한 효과를 갈구하며 밤새워 허덕인다면 누가 나를 고쳐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너무 성과에만 몰두하는 것, 즉 마라톤에서 2등으로 들어온 사람과 1등으로 들어 온 사람의 대우를 엄청나게 크게 차별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 평화는 더 쉽게 많은 사람에게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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