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만날 때 이미 이별의 씨앗은 움트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 떠나시는군요. 하느님은 우리가 언젠가는 모든 것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시려고 이별의 연습을 살아있는 동안 조금씩 훈련시키신다고 생각해 봅니다.
수녀님! 검은색은 모든 것을 흡수하는 색이지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느끼셨던 슬픔이나 분노, 혹은 희생... 이 모든 것을 말없이 검은 수도복에 감춰 하느님 사랑의 빛으로, 승화된 신앙을 저희 모두에게 보여 주시어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셨지요. 몇 억분의 일 정도의 표현이 되겠지만 이 세상에서 이미 느낄 수 있는 하느님의 존재란 같이 오래도록 있고 싶은 사람, 왠지 만나면 주위를 밝게 하는 사람, 잠깐 있다가 떠나도 그 사람이 뿌린 향기로 인하여 감미로운 여운이 있는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신자들이 공감하는 가장 이상형의 수도자이시며 유머와 사랑이 넘치시고 외모 못지않게 마음이 더 예쁘셨지요. 권위적이지 않으셔서 모두의 마음을 수더분하게 만져 주셨던 수녀님 ! 어디를 가시더라도 건강하시고 하느님 사랑받는 딸이 되시기를 빕니다.
저희 모두의 가슴 한구석에 당신이 주고 가신 사랑이란 씨앗 소중하게 키워 거목으로 자라게 하렵니다. 그리하여 열배 백배 하느님 사랑의 열매 주렁주렁 매달아 믿지 않는 이들이 그 그늘에서 쉬어가도록 노력하렵니다. 부디 안녕히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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