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르완다 난민촌에 들어서면 지독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멍멍해집니다. 마실 물도 없는 곳에 씻을 물이 있기는 말할 나위도 없죠. 또 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지금은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혔지만 처음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의 이인수 사무국장(56세)은 지난 9월 16일∼28일 우리나라 최초로 난민 구호를 위한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르완다 국경 자이르 고마지역의 난민촌을 다녀왔다.
의사 2명, 간호사 5명, 보급요원 2명 등 7명을 인솔, 3일에 걸쳐 달려간 르완다 난민촌은 한국에서 짐작했던 상황보다 더 끔찍하고 심각했다.
『우선 식량이 부족해 많은 어머니들이 만성적 영양실조로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6ㆍ25 때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50원이면 어린이 한 명의 한 끼 식사를, 1만 원이면 2백 명의 르완다 어린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참으로 밥과 돈에 대한 겸손한 마음이 새록새록 느껴졌습니다.』
대부분 하루 한 끼를 먹는 난민들의 주식은 콩가루와 옥수수 가루. 이것을 2∼3인용 냄비에 죽을 쒀 7∼8명이 되는 한 식구가 먹는 르완다 난민들은 그래서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앉아있는 것이 하루 일과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자연스레 질병에도 면역이 약하다. 특히 자이르 고마지역의 난민들은 르완다 국경 가까이에 있는 호수에서 식수를 구하는데 내전 초창기 대탈출이 실시됐던 당시 이 호수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오염의 극치를 이뤘다. 그래도 마실 물을 찾을 수 없어 이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이 심각해요. 피부병, 옴, 어린이들의 이질과 설사는 물론 말라리아가 성행하고 있어요. 우리가 파견한 의료단은 블레가에 진료소를 차려놓고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색출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따로 격리하려고 하면 가족 모두가 따라나섭니다. 일종의 공동생존의식이죠』
하루 1백 명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소에는 5∼6백 명이 몰려와 새벽부터 줄을 선다. 아직 의료 혜택을 받아보지 못했던 난민들에게 한 알의 약은 매우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인수 사무국장은 2개월 동안 활동하게 되는 자원봉사 의료단을 새로이 구성, 이번 10월 28일 르완다 난민촌을 향해 떠난다.
개신교 장로로서 개신교가 펼치고 있는 난민구호활동에 자신의 온 소명을 다하고 있는 그는『난민촌에 직접 투신해 자신을 봉헌하고 있는 봉사자들은 르완다 난민들의 열악한 식생활을 보고 점심을 모두 굶고 있다』면서『피부색, 나라는 비록 다르지만 하느님의 한 형제인 그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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