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군 장호원읍 어석1리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켠 야산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장애 어린이 보호시설「작은 평화의 집」.
이곳 작은 평화의 집 원장 장은경(세레나ㆍ32ㆍ장호원본당)씨는 평범한 인물이면서도 결코 범상치 않은 인생 여정을 살고 있는 작은 거인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척추를 다쳐 몇 차례 대수술을 했지만 결국 하반신 불구라는 평생 장애만을 얻고 장씨는 휠체어에 의지하며 생활해야 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의 굴레 속에서 입버릇처럼「매일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도 장씨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연민을 싹틔웠다.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누워 있을 때면 언제나『자신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림 받은 존재』라고 자책해오던 장씨는 어느날『자신과 똑같은 처지인 재가 장애인들이 도시보다 시골에 더 많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는 크면 이들과 함께 가족이 되어 동병상련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꿈을 키웠다.
20살이 넘자 부모의 도움으로 장호원읍 시장 입구에「소리방」이라는 팬시 가게를 연 장은경씨는 어릴 적부터 키워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 푼 두 푼 저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8년 간의 세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 돈이 모여져 장씨는 91년 여름 장호원 이황리 야산에 방 두 칸짜리 20여 평 조립식 건물을 짓고「작은 평화의 집」을 세웠다.
처음에는 집안 식구들의 열화 같은 반대는 물론 엄마 아버지는「모른 체 하면 제 풀에 꺾이겠지」생각하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장씨가 하는 일을 내버려 두기까지 했단다.
그러나 장씨가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다는 소문이 장호원성당에 퍼지자 본당 청년연합회에서 활동하던 최병규(요한)씨가 평생 동지로 자원, 많은 용기를 주었다.
조립식 건물이 완성되자 장씨는 최씨와 함께 소식지「작은 평화」를 제작, 군청의 협조를 얻어 국내 재가 장애인들에게「작은 평화의 집」을 알려 그해 10명의 식구를 모았다.
7살부터 26살까지 다양한 연령층 만큼 정신지체, 신체장애 등 그 장애 정도도 심한 이들은 모두 가난한 시골 농가에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장씨의 기쁨도 잠시뿐, 작은 평화의 집 땅 주인이 인근 자신의 양계장에 피해가 온다며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닭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기 때문에 정신지체 장애아들을 옆에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씨는 그래서 새 집 마련을 위해 부모를 설득, 지금의 어석1리에 야산 8백 평을 구입,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5천5백만 원의 건축비도 건축업자에게 사정사정해 돈이 생길 때마다 갚기로 하고 외상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난관은 그치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행려자 및 영구차 진입 금지」라는 팻말을 세워놓을 만큼 보수적인 동네 주민들이 장애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곧장 군청과 읍사무소에 진정이 들어갔고 장씨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군청 문턱이 닳을 정도로 오갔다. 마을 주민들은『마을 진입로에 수로를 새로 만들어주고 길을 넓혀주면 장애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마침 장씨가 작은 평화의 집 건축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간한「날마다 고백을 해도 가슴에 남을 그리움」시집 출판 기념회에 참석, 장씨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군수는 즉각 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수락, 작은 평화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금년 9월 7일 대지 8백 평에 건평 53평의 벽돌식 건물을 반듯하게 지어 새 보금자리를 튼 장씨는『여태껏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장애아동이 구김없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불편한 몸으로 최병규씨와 함께 둘이서 10명의 장애아동을 돌보고 있는 장씨는『앞으로 부대시설을 지어 물리치료시설과 공부방을 갖추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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